오피니언 사설

봉급생활자 호주머니 너무 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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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봉급생활자가 내는 근로소득세가 너무 오른다. 정부가 발표한 '2007년 간이세액표'에 따르면 올해 임금이 6% 인상된다고 가정할 때 근소세는 10% 이상 오른다. 소득이 적을수록 큰 폭으로 오르고, 특히 독신이나 자녀가 적은 맞벌이 부부의 부담이 커진다. 근소세가 무려 60% 늘어나는 계층(월급 300만원 무자녀 맞벌이 부부)도 있다. 올해부터 소수자 소득공제가 폐지됐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430만 명이 근소세를 더 내야 한다. 임금이 오르는데도 과표구간이 1996년 이후 그대로인 점도 근소세 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26%의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4000만~8000만원의 봉급생활자는 이 기간 5만 명에서 26만 명으로 늘었다.

근소세는 올해 13조7000억원이 걷힐 전망이다. 이 정부 들어 81%나 늘어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는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니 봉급생활자만 '봉'이냐는 푸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봉급생활자 4명 중 3명꼴로 '세금을 어쩔 수 없이 내거나 빼앗기는 기분'(조세연구원 조사)이라고 답했겠는가.

정부가 근소세를 늘리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다. 봉급생활자는 다른 집단에 비해 손쉽게, 큰 저항 없이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는 대상이다. 정부가 급해질 때마다 근소세를 주물럭거리는 이유다. 봉급생활자는 대부분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산층이다. 이들이 세금 부담에 시달리면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부작용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그 돈으로 대형 국책사업을 벌이고, 공무원 인건비를 5조원씩 늘렸다. 비전 2030처럼 뭉칫돈이 들어가는 선심성 사업도 계속 내놓고 있다. 봉급생활자 호주머니를 쥐어짜 정부가 생색을 내는 셈이다. 근소세율을 낮추거나 과표구간을 조정해 봉급생활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국회가 나서서 제 역할을 하라. 방만한 정부 지출을 줄이고,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을 제대로 거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