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래 독자문화 형성 뒤받침"|일 조취현서 발굴 최고의 불교벽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일본 돗토리(조취)현 요도에(정강)폐사지에서 발굴돼 최근 국내에 알려진 채색벽화는 일본 최고의 불교벽화인 나라(내량)의 호류지(법륭사)금당벽화에 버금가는 것으로 내량을 중심으로 한 야마토(대화)문화권과 함께 동해에 접한 산인도(산음도)지역에도 한국과 연관된 독자적인 문화가 형성·발전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그 동안 산음도 지역에서도 각종 문화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유물들이 많이 출토됐으나 이는 대화문화권이 흘러 들어온 것으로만 여겨 왔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연구보고서는 대화와는 다른 독립적인 문화가 산음도 지역에서 형성됐었으며 이는 한반도에서 귀화한 신라·고구려·백제인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번에 발굴된 채색벽화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강 폐사지의 채색벽화는 부처를 중심으로 보살과 신장 등이 서있고 위에는 하늘로 날아 올라가는 모양의 설법도로 법륭사의 금당벽화와는 주제가 같으나 회화기법에서는 큰 차이가 난다.
폐사지 채색벽화를 감정한 일본의 고미술전문가들은 법륭사 벽화가 구도적으로나 회화적으로 고도의 완성미를 갖추고 있는데 반해 폐사지벽화는 미숙함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작기법의 미숙함으로 미뤄 법륭사 벽화보다 오래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일부 나오고 있다.
이번에 채색벽화가 발굴된 정강지역은 오래 전부터 석마 등 다양한 중요문화재가 많이 출토되었던 곳으로 출토유물들은 한반도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일본의 고고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일본서기』등은 고구려의 중 담징이 일본에 건너간 610년 이후 같은 고구려의 황지·산배 등 화공들의 씨족들이 뒤를 이었으며 백제에서는 하내 씨족들이 건너간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 화공들은 법륭사 금당벽화에서 보여주듯 일본 회화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들은 그 동안 대화문화권에서 활동한 것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산음도 지역에도 독자의 문화권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 근거 중 하나로 해류를 들고 있다.
동해에 배를 띄우면 해류를 따라 대마도해안에 흘러들었다가 다시 역류를 타고 산음도 지역에 도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산음도 지역에 고려산이라는 지명을 포함, 많은 지명이 한반도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았으며 4∼5세기께 산음도 지역에 급작스런 인구증가의 기록이 남아 있는데 이는 가야가 망한 시기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산음도지역 독자문화설은 과학적 근거를 갖추지 못한 채 주장돼온 느낌이 컸었는데 이번 정강 폐사지의 채색벽화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굴에 대해 장한기교수(동국대예술대학장)는『법륭사 벽화와 정강 폐사지 벽화가 같은 화공들에 의해 제작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새로 출토된 벽화의 신장·보살 등에서 보여지는 대담한 필치가 그러한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평했다. <김상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