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통일, 북 김영남 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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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이재정 통일부 장관(右)이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 20차 남북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1일 이재정 남측 수석대표(통일부 장관)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다.

김 상임위원장은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면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수령의 유훈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민족 중시 입장에서 민족 공조를 강화해야 하며 6.15 공동선언의 중요성을 인식해 이를 이행하며 남북 당국이 힘을 합쳐 추동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배석했던 남측 관계자는 전했다. 김 상임위원장의 이런 언급은 이 수석대표가 "2.13 합의를 잘 준수함으로써 북핵 폐기에 이르는 초기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데 대한 답변 형태로 나왔다. 이재정 수석대표는 면담을 마친 뒤 "양측이 솔직한 입장과 의견을 표명했다"면서도 회담이 진행 중이란 이유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40분간 이뤄진 이날 면담에서 김 상임위원장은 "얼마 전 김정일 장군님의 탄생일인 2월 대명절(2월 16일)을 성대히 경축했다. 여러 분들 좋은 때 평양을 방문했다"며 김정일 찬양 발언을 늘어놓기도 했다.

면담은 이재정 수석대표가 북측에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으로 이 수석대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회담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됐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이재정 장관의 면담 가능성은 서울 출발 이전부터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북은 이날 고려호텔에서 수석대표 단독 접촉과 대표 접촉 등 밤샘협상을 하고 합의 내용을 공동보도문에 담는 작업을 벌였다. 남측은 이산가족 화상 상봉과 중단된 금강산 면회소 공사를 즉각 재개하고 15차 상봉을 4월에 실시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북측은 조속한 쌀 지원을 받기 위해 경협추진위원회를 3월에 열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쌀과 비료 지원 요구에 남측이 호응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회담 관계자는 전했다. 북측은 금강산 관문에 있는 동해선 통행검사소 건물을 새로 지어 달라고 하는 등 추가 요구를 해 왔다.

남측 대표단은 고려호텔 3층 극장에서 3.1절 88주년 기념행사를 간략하게 치렀다. 대표단 52명은 2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전세기 편으로 서울로 귀환할 예정이다.

◆거듭된 남한 대선 개입 발언=노동신문은 1일 남한의 대선과 관련해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보수 세력의 발악적인 진출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관영매체의 이런 보도는 이재정 수석대표가 지난달 28일 북측에 남한 대선에 개입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이튿날 나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재정 수석대표는 북한 측에 발언 취소를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수용치 않을 경우 회담을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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