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쓸어내린 중국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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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미래에셋증권 미금역지점 김상철(41) 지점장은 중국 증시가 폭락한 다음날인 2월28일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전날 중국 증시가 9% 가까이 떨어지자 불안한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김 지점장은 "중국 펀드라지만 편입 종목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고객 불안감은 쉽게 진정이 안 됐다. 그는 "자신이 가입한 펀드에 어떤 종목이 편입됐는지 살펴보면 중국 증시의 영향이 얼마나 미칠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나=중국 증시가 급락했지만 27일 종가를 반영한 중국 펀드의 최근 일주일 수익률은 가장 낮은 게 -3% 수준이다. 중국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대부분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이기 때문에 중국 증시 폭락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펀드는 주로 H주식과 '레드칩'에 투자한다. H주는 중국 기업 중 홍콩에 상장된 종목이다. 홍콩에 설립되긴 했지만 중국 국영기업이거나 중국 정부가 지분의 30% 이상을 소유한 사실상 중국 기업이 레드칩이다.

중국 본토인 상하이.선전 증시에도 투자는 가능하다. 상장 종목은 A주.B주로 분류되는데, 외국인은 B주만 투자할 수 있다. 다만 B주는 양 거래소를 통틀어 상장 종목이 100여 개 불과하다. 중국 당국으로부터 외국인적격 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얻으면 A주를 살 수도 있지만 그 한도가 100억 달러에 불과하고 국내 기관 중 이 자격을 얻은 곳은 한 군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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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격차 15%포인트까지=같은 중국 펀드지만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연초부터 H지수는 조정을 받았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3000선을 돌파하는 등 크게 올랐다.

반면 이번 중국 증시 폭락 때 H지수 등은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봉쥬르차이나주식'.'피델리티차이나포커스'.'HSBC중국주식형펀드' 등 대표 중국 펀드가 중국 본토 증시의 낙폭만큼 수익률을 까먹지 않은 이유다.

같은 운용사가 굴리는 펀드지만 운용 전략에 따라 수익률 차이가 나기도 했다. H주.레드칩에 주로 투자하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주식'이 홍콩 기업에도 투자한 '미래에셋차이나디스커버리주식'보다 6개월 수익률이 15%포인트 높았다.

'동부차이나주식'은 B주를 17%나 편입했기 때문에 중국 증시 급락의 여파가 그대로 전해져 최근 일주일 수익률이 -3.13%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지난해 급등한 중국 증시를 반영해 6개월 수익률은 43.4%로 상위권을 기록했다.

◆재간접펀드는 안정적=국내 운용사가 10개 안팎의 중국 관련 펀드를 섞어 만든 재간접펀드(FOF)형 중국 펀드는 여러 개의 펀드에 분산투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주로 투자한 '산은China재간접'은 최근 실적이 좋지 않았다. 'FTSE/신화차이나A50ETF'(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된 A주 중 시가총액이 큰 5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 ETF) 등의 편입 비중이 커 중국 증시의 영향을 직접 받았기 때문이다. 다른 재간접펀드의 일주일 수익률이 플러스인데 반해, 이 펀드는 -2.9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제로인 허진영 연구원은 "펀드는 장기투자 상품이므로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며 "다만 이번 기회에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해 보는 계기기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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