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냐 지역경제냐|염색공단 부분조업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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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구=김선왕 기자】비산염색공장 문제에 대한 대구대책회의의 결론은 당초 염색공단 입주업체 90곳 전체에 대한 전면조업중단이라는 당초의 방침에서 크게 후퇴, 고농도 폐수배출업소에 대해서만 현행 7부제 조업을 3부제 조업으로 바꾸기로 함으로써 부분조업정지처분을 약간 강화한데 그친 것이다.
따라서 그 효과에 대한 의문과 함께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권일대 주민들은 물론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진다.
벌써부터 시민단체와 관련 업계는 이번 조치에 대해 근본대책 없는 환경오염과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당초 전국염색가공물량의 43%나 차지하는 비산염색공단이 84년 가동이후 폐수정화시설 미비로 하루 6만2천t의 산업폐수를 무단 방류해온 데다 1천8백t의 폐수찌꺼기(슬러지)까지 배출한 사실이 드러나 『조업정지 등 행정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강경한 입장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모두 16차례의 최종 방류수 측정에서 금호강과 낙동강을 오염시킨 사실이 드러나 1백86억원의 공해배출 부과금을 물어 온데다 시설개선명령기간이 끝난 지난달 5일에도 최종 방류수가 기준치(COD 1백PPM)의 3배에 가까운 2백88.1PPM으로 나타나 당국의 조업정지조치가 거의 결정적으로 굳어지기 시작했던 것.
그러나 이럴 경우 비산염색공단에 입주해 있는 90개 업체의 근로자 1만2천명의 실직우려와 월 2억3천만 달러의 수출차질, 월 평균 7백억원대의 내수시장 수급불균형뿐 아니라 입주업체와 하청업체들의 연쇄도산이 우려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여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환경처의 부분조업정지 결정은 수출문제 등 지역경제사정을 감안한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이해봉 대구시장은 『수출·지역경제도 중요하지만 페놀오염사태에 이어 염색공단의 폐수배출사건으로 환경공해에 민감한 대구시민들을 비롯, 영남권주민들에 심각한 충격을 준 만큼 법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신상공부2차관보는 『염색공단에 대한 조업정지는 연간 50억 달러 이상의 섬유수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 업계의 연쇄도산으로 실직자가 발생, 심각한 경제·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조업정지처분유보를 요청, 논란 끝에 이같이 절충안을 채택,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폐수정화능력이 64.3%에 불과한 비산염색공단의 근본대책이 없는 한 대규모 시위 등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시키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구공해추방운동협의회 공동대표 정학씨(48)는『당국의 이번 조치를 납득할 수 없다』며 『완벽한 오염방지시설이 갖춰질 때까지 정부의 환경정책을 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관련업계에서는『조업단축으로 인해 근로자 20%(2천4백명)의 감원과 시설보완이 끝날 내년 5월까지 손실금이 월 평균 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당국의 조치가 가혹하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태성물산대표 최재평씨(46) 는 『월 9백만 야드의 생산물량이 5백만 야드로 떨어져 종업원 5백명 중 2백명을 감축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가 대량용수 사용억제·고농도폐수의 수질 규제 등으로 환경기준치를 지키는 등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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