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권호웅의 실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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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 선생을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인물'로 평가한 권호웅(48.사진) 북한 내각 책임참사의 언급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장관급회담 북측 단장인 권 책임참사는 28일 첫 전체회의에서 이재정(63) 남측 수석대표가 "우리 민족의 가장 위대한 인물이 김구 선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죠?"라고 말하자 "네"라고 맞장구를 쳤다.

김일성을 민족의 최고위인으로 치켜세우며 '조선민족=김일성민족'으로까지 칭해온 북한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답변이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제안에 호응해 김구 선생이 1948년 4월 평양 남북 연석회의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한 것으로 선전해왔다.

권 단장도 자신의 '실언'을 깨달은 듯 몇 분 뒤 "김구 선생뿐 아니라 여운형.김규식 선생 모두 애국지사"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남북 대표는 전날 첫 대면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권 단장은 이재정 수석대표의 말을 두세 차례 끊으며 "98년에는 단장이 아니었죠. 그땐 민간대표였는데 이번엔 당국대표단장으로 상상할 수 없는 도약을 했다"며 심기를 건드렸다. 15살 위인 이 수석대표가 당국대화 경험이 없는 걸 겨냥한 말이었다. 이 수석대표는 "난 해방도 겪고 6.25도 겪었다"며 연륜으로 맞섰다. 회담 관계자는 "이 장관과 초반 기싸움을 벌이던 권 단장이 방심하다 돌이킬 수 없는 실언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00년 7월 장관급 회담 시 지원인원이던 권 단장은 4년 뒤 14차 회담 때부터 수석대표로 나서는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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