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 동백장 받은 중앙부인회 이순옥 회장|40년간 부녀복지사업에 헌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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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누가 해도 할 일을 해온 것뿐입니다.』
11일 오전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실시하는 부녀복지사업 유공자포상에서 최고영예인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이순옥 중앙부인회장(77)은 한사코 자신은 수훈 감이 못 된다며 겸손해 했다.
이회장이 부녀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피난시절인 53년 부산에서부터.
식량을 비롯, 물자부족과 무질서 등이 판치던 그곳에서 만난 여고선배들이 전쟁미망인들의 딱한 사정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도 거들기로 결심했던 것.
당시 부산에서는 개성 호수돈여고 출신의 최영식(84)·이정화(78)씨 등 한국인 여성 4명이 주축이되 주한미국대사부인 브리그스 여사 등 5명과 함께 여성구호를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던 터였다.
호수돈여고 12회 졸업생(33년)인 이회장은 해방직전 남편 홍종문씨(78·현 조흥화학회장)를 따라 월남, 서울 북창동에서 덕신상회라는 제법 큰 해물장사를 하다 피난, 5남매 등 가족의 생계를 위해 떡 장사를 하기도 했다.
이회장은 선배들과 함께 미군부대로부터 구호물자를 받아 미망인들에게 나눠줘 옷·가운 등을 만들어 팔게 해 생계를 꾸리도록 했다.
전쟁 후 상경한 이회장은 선배들과 함께 선교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서울 필동에 회관을 마련해 놓고 장애인·영세민여성들을 상대로 기술교육과 함께 취업 알선사업을 계속했다.
이같은 활동으로 부인회가 56년 보사부 인정을 받아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자 여성단체협의회 가입과 함께 보문동으로 회관을 이전, 83년 자신이 회장직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교육에 나서 기계자수·양재·한복 등에 지금까지 7만4천8백여명의 졸업생을 배출, 불우 여성들에게 자립의 길을 터 주었다.
이회장은 이와 함께 15만여명의 여성들에게 월 1회 시민의식 함양과 여성의 권리 등을 교육시켰다.
고령에도 수줍음과 정정함을 재산으로 여긴다는 이회장은 『개강식 때 어두웠던 얼굴이 졸업 때 환해지는 것을 보고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지금도 계속 교육을 받으러오는 여성들이 줄을 서고있는 것을 보면 나라의 장래가 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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