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펀드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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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에 투자하는 펀드가 나왔다. 유리자산운용은 전 세계 상장 거래소에 투자하는 '유리 글로벌 거래소 펀드'를 다음달 5일 출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거래소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출시하기는 세계 최초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유리자산운용 김용태 해외투자팀장은 "당구장에 손님이 많으면 옆에 있는 중국집 장사가 잘되고, 도박판에서 결국 돈 버는 쪽은 '하우스'라는 개념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 증시의 활황세로 각국 거래소의 이익이 꾸준히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거래소에만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게 됐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그 특성상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점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주식.채권.파생상품.선물.상품뿐 아니라 탄소배출권.기후까지 사고팔게 되면서 거래소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급성장한 중국.인도 등 신흥 증시의 거래소가 올해부터 줄줄이 상장되면서 투자 대상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만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일본(도쿄증권거래소).인도(뭄바이거래소)가, 내년에는 중국(상하이증권거래소)이 상장될 예정이다.

수익성도 좋다. 지난해 말 블룸버그 기준으로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87.9%에 달했다. 매년 이익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42.4%다. 자기 돈 1000원으로 424원의 이익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그러나 증시 불황으로 거래량이 줄 경우 수익성이 악화가 우려된다.

이에 대해 이 운용사 최병로 대안투자본부 상무는 "지난해 말 세계 상장 거래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거래수수료(54%).파생수수료(14%).정보제공수수료(13%) 등으로 수입원이 분산돼 있었다"며 "거래수수료가 줄어도 다른 부분에서 수익을 만회해 거래소 전체 이익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상무는 또 "전 세계 10여 개국 30여 개 거래소를 투자 대상으로 하는 만큼 분산투자 효과가 뛰어나 안정적"이라며 "게다가 거래소 간 인수합병(M&A)에 따른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운용사가 모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운용해 본 결과 2003년부터 최근까지 글로벌 지수(MSCI 월드 인덱스)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익률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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