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라켓으로 쓴 신화 … 페더러 '161주 연속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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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로저 페더러(26.스위스)가 26일(한국시간) 발표된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랭킹에서 1위를 지켰다. 2004년 2월 2일 처음으로 1위에 오른 페더러는 3년 넘게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주지 않고 161주 연속 1위를 지켜 지미 코너스(미국)의 160주 연속 1위 기록을 넘어섰다. 코너스는 1974년 7월 29일부터 77년 8월 22일까지 정상에 있었다. 30년 동안 난공불락이었던 기록을 페더러가 깬 것이다.

페더러의 랭킹 포인트는 현재 8120점으로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4705점)보다 3415점이나 많다. 게다가 아직 20대 중반으로 지난달 호주오픈에서 무실세트로 우승할 만큼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페더러가 언제 1위에서 물러날지 짐작하기조차 힘들어 보인다. 그랜드슬램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우승해도 포인트는 200점이다. 그래서 페더러 자신도 "적어도 3년은 더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본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다.

페더러는 '완벽한 테크니션'이란 평가를 받는다. 서비스와 스트로크.발리 등 모든 기술에서 최정상급이고, 경기 운영 능력도 최고다.

◆프랑스오픈을 넘어라=페더러에게 남은 숙제는 두 가지다. 첫째 프랑스오픈 우승이다. 페더러는 지금까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0차례(호주오픈 3회, 윔블던 4회, US오픈 3회)나 우승했다. 하지만 클레이코트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는 번번이 무너졌다. 프랑스오픈에서만 우승하면 한 해에 4개 대회 우승을 휩쓰는 '그랜드슬램' 달성도 가능하다.

남자 테니스 역사상 그랜드슬래머는 1938년 돈 버지(미국)와 62, 69년 로드 레이버(호주)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경우 하드 코트가 없던 시절이어서 클레이 코트(프랑스오픈)와 하드 코트(호주.US오픈), 잔디 코트(윔블던)를 넘나드는 진정한 그랜드슬래머는 전인미답의 고지다.

둘째는 피트 샘프라스(미국)가 보유하고 있는 통산 286주 1위 기록이다. 통산 1위에서 페더러를 앞선 선수는 샘프라스 외에도 이반 랜들(체코.270주), 코너스(268주), 존 매켄로(미국.170주)가 있다. 자신의 말처럼 페더러가 앞으로 3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다면 이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무난하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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