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정치보다 민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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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다음달 5일 개막하는 중국의 인민대표대회(全人大) 10기 제5차 회의는 주택.취업.교육.의료.소득격차 등 민생 현안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빈부격차에 따라 점차 심해지는 농민과 서민계층의 불만을 달래기 위함이다. 전인대는 한국의 국회처럼 입법과 함께 행정부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정치보다 민생 우선=광저우(廣州)에서 발행되는 양성만보(羊城晩報)는 21일 "올가을 공산당 대회가 차기 5년간 권력구조를 집중 논의한다면 전인대는 민생 현안을 다룰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민생이란 두 글자는 이제 중국 지도자들이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실제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춘절(春節:한국의 설에 해당) 때 민생 현장을 챙겼다. 특히 원 총리는 랴오닝(遼寧)성을 찾은 자리에서 "민생에 관심을 갖고, 민생을 중시하고, 민생을 보장하고, 민생을 개선하는 것이 당과 정부가 가장 우선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전인대에 앞서 열리고 있는 지방 인민대표대회에서도 이를 핵심적인 의제로 다루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했다.

◆산적한 민생 현안들=전인대와 당정(黨政) 지도부가 민생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이 문제가 이미 심각한 사회불안 요인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3년 후 주석 등 현재의 4세대 지도부가 출범한 이후 개혁.개방의 그늘에 가렸던 각종 문제가 터져나왔다.

9억 명에 이르는 농민은 자신들의 토지 사용권을 강제 징수당하거나 헐값으로 매각한 뒤 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부 내륙의 가난한 농촌 학생들은 수업료와 잡부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경우 최근 3년간 집값이 평균 40%가량 뛸 정도로 대도시 주택 문제도 심각하다. 각각 100만 명을 돌파한 대졸 취업 예비군, 국유기업 정리해고 근로자들의 재취업 문제도 풀어야 한다.

◆어떤 대책 내놓을까=현 정부는 '조화(和諧)사회론'에 입각해 빈부와 도농(都農)격차를 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각종 민생 현안을 느슨하게 다루면 사회불안을 초래해 결국 공산당 집권조차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국의 각계 전문가들은 이번 전인대에서 구체적인 대책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교육부는 농촌 학생들에 한해 올 3월부터 초.중등 9년 과정의 수업료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농민의 80%가 의료기관에서 기초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워졌다. 주택문제 해소를 위해 베이징시는 시중 가격보다 저렴한 공공 주택을 대거 지을 예정이다.

정궁청(鄭功成) 런민(人民)대 교수는 "교육 기회 확대와 취업 문제 해결, 사회안전망 확충 등을 위해 전인대의 적극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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