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사이드] 대한민국 1% 고객…VVIP 를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유통업계에 '20대80'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위 20%의 고객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뜻입니다. 이 20대80의 법칙을 이용한 것이 VIP 마케팅입니다.

VIP는 'very important person'(매우 중요한 사람)의 약자입니다. 상위 10~20%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표적마케팅을 말하는 거죠.

불경기 때 각광받는 마케팅기법이 VIP 마케팅입니다. 우선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보다 비용이 적게 듭니다. 반면 불경기라도 구매력 있는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사기 때문에 효과는 큽니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 VIP마케팅이 더 활발해지는 이유입니다.

최근에는 상위 10~20%가 아닌 상위 1%에 드는 고객을 가리키는 VVIP라는 용어도 등장했습니다. VIP 앞에 'very'를 더 붙인 말이죠. VIP 중의 VIP,'정말 정말'중요한 고객이라는 뜻입니다. 물론 그 브랜드의 물건을 '아주 많이'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샤넬은 이 VVIP들을 대상으로 특별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지난달부터 20명의 VVIP를 선정해 이들을 위해 아예 한 백화점의 피부관리실을 대여했습니다. 무료로 피부 관리를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고가의 화장품도 선물로 줍니다.

VVIP는 단 2명일 때도 있습니다. 루이뷔통은 신제품이 매장에 전시되기 전 단 두명의 고객 앞에서 패션쇼를 합니다. 조지 아르마니는 최근 5명 안팎의 고객들을 대상으로 패션쇼를 열었습니다.

유통업체들도 이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중순 상위 1% 고객 60여명을 따로 초청해 조선호텔에서 갈라디너쇼를 열었습니다.

이 쇼에서는 보석패션쇼와 프랑스요리 시식회 등이 진행됐으며 1년간 무료주차권도 배부됐습니다. 이 백화점은 내년 중에 '프리미에'라고 불리는 전용 쇼핑도우미제도 만들 예정입니다. VVIP고객이 백화점에 오면 전담 도우미가 함께 쇼핑을 하며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제도랍니다.

앞으로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VVIP마케팅보다 더 고객을 좁힌 마케팅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구매력을 지닌 소수의 사람들만 과거보다 더 나은 혜택을 받습니다.

더 많은 소비자들의 편익을 위해 경기가 나아져야 한다는 것을 VVIP마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