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내면 은행대출 척척”/청와대사칭 사기단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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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3사서 담보용 서류 받아/사업자금 융자 받다 “들통”/기업당 7천억이하 총 4조 약속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청와대직원을 사칭,정치자금 헌납조건으로 은행특혜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33개 기업체로부터 부동산담보용 관계서류를 받아내 자신들의 사업자금마련을 위한 은행대출서류로 사용하려한 사기단 9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 사건은 총선·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당국의 대출억제 방침으로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는 점 등을 교묘히 연결시켜 범행했다는 점에서 사회세태를 그대로 반영한 범죄로 볼 수 있다.
서울지검특수2부(이종찬 부장·구본원검사)는 2일 청와대 정치자금 담당관이라며 정치자금관련 은행대출사기행각을 벌여온 사기단총책 김광남(48·서울 신정3동)·모집책 김덕근(62·서울 노량진동)씨등 일당 9명을 사기혐의로 구속했다.
김씨 등은 6월부터 서울 가락동에 부지를 매입,대한공산품유통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아래 자금마련을 위한 은행대출용 부동산담보서류가 필요해지자 기업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자금을 모금한다는 소문을 퍼뜨린뒤 최근 서비스업등에 대한 은행대출규제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접근,대출액의 25%를 정치자금으로 내는 조건으로 기업당 7천억원이하 총4조원 규모의 차관자금을 빌려주겠다고 속여 인감·토지 및 건물권리증등 부동산관계서류 일체를 넘겨받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외제고급승용차를 타고다니며 서울 광희동 R호텔에 장기투숙,청와대 정치자금 담당관 등으로 행세하는가하면 모집책·중간책으로 업무를 세분해 점조직화하는 수법으로 위조된 일본 대장대신 명의로 된 1천억엔권 환부금 잔고증명서 등을 제시,피해 기업인들을 속여온 것으로 수사결과 밝혀졌다.
◇구속자=▲김광남 ▲신만준(42·서울 홍은2동) ▲김덕근 ▲이상조(42·부천시 송내동) ▲진성현(40·부천시 범박동) ▲김종옥(45·서울 신길4동) ▲김일광(44·서울상계동) ▲김충실(47·서울 잠실2단지) ▲유종선(38·서울옥수동)
◇대상업체별대출요구액=▲협진식품(4백억) ▲수안보관광호텔(1백50억) ▲춘천리오관광호텔(1백억) ▲이상근(조흥증권상임감사·1백50억) ▲충무뉴포트관광호텔(1백20억) ▲김해관광호텔(1백20억) ▲올림피아나호텔(80억) ▲삼천포관광호텔(90억) ▲보양개발(2백억) ▲대주레미콘(1천억) ▲두방실업(80억) ▲힐탑호텔(8백억) ▲혜민병원(2백50억) ▲경주관광호텔(3백억) ▲이순성(1백억) ▲서정환(1백억) ▲전주병원(1백20억) ▲경림상사(2백억) ▲동국무역(3천5백억) ▲한타레저타운(7백억) ▲무궁화유지(1천6백억) ▲목산호텔백화점(2천억) ▲성광수(6백억) ▲서울산업(4백억) ▲김붕우(4백억) ▲세일산업(4백50억) ▲신원(주)(7천억) ▲나드리유통(3백억) ▲강창섭(미상) ▲삼원어업(동) ▲김선경(동) ▲아남산업(동) ▲김용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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