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인력난에 “허덕”(부도… 경제 한계지대: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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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고임금·자금난등 겹쳐 폐업속출/무리한 공장자동화 투자도 화근
공장을 돌리려면 1백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중 23.4명이 부족하다.
올 1·4분기에 중소기협중앙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조사한 「인력부족률」통계의 결과치다.
그림에서 보듯 중소기협중앙회의 이같은 인력부족률 통계는 88년부터 잡힌다.
87년 이전에 아예 그같은 통계를 잡을 필요조차 없었다는 이야기인데,사람을 못구해 「준부도」나 다름없는 휴업상태에 들어가거나,꼭 노사분규가 아니더라도 사람을 끌어다대기 위한 높은 임금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자·기계·완구·직물 등 노동집약업종에 집중적으로 불어닥친 인력난 문제는 탄탄하던 중견 중소기업마저 무너뜨릴 정도로 심각하다.
경기도 안양시의 Y기업은 2년전만 해도 종업원 3백여명,연간 매출액 40여억원의 중견전자업체였으나 종업원이 1백여명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생산량이 격감,결국 지난 3월 경영악화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일부 기업들은 이같은 인력난과 임금인상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자동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 경우 무리한 시설투자로 문을 닫는 역기능마저 나타나고 있다.
지난 9월초 쓰러진 경남 충무의 수산업 통조림제조 수출업체인 청성식품이 바로 그같은 경우다.
청성식품은 종업원 4백명,연간 수출액 2천만달러의 중견 중소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점점 줄어드는 인력과 함께 연15% 이상의 임금인상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무리하게 공장자동화에 투자를 집중하던중 판매부진이 겹쳐 부도를 내고 말았다.
노사분규 건수는 87년을 고비로 크게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도 단순히 노사분규 때문에 문을 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올해도 지난 1월 경남 진주의 삼미금속이 노조의 경영권 참여문제등을 둘러싸고 노사분규를 겪다 문을 닫았으며,지난 7월에는 경남 마산의 동양전장공업이 한달간의 노사분규끝에 경영악화로 부도가 나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
서울 구로공단의 신애전자·크라운전자는 지난 89,90년 노사분규 이후 공장가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휴업상태다.
이처럼 기업이 부도를 내거나 휴·폐업을 불러오는 원인은 꼭 자금난·판매부진 등의 외부적인 요인만이 아니다.
2%를 약간 넘는 실업률이 사실상의 「완전고용」을 말해주고 있듯,일손을 구하기 힘든 상태에다 금이 간 노사간의 신뢰,무너진 직업윤리 등이 겹쳐 「사람」때문에 문을 닫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앞으로도 인력난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기협중앙회가 지난 5월부터 운영중인 인력정보센터의 경우 9월말까지 5백40여업체에서 4천3백여명의 구인 희망요청이 있었지만 구직자는 9백90여명에 그쳤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2천3백4개 표본광공업체를 대상으로 4·4분기 기업전망을 조사한 결과,기업인들은 경영애로사항으로 인력부족(24.6%) 인건비 상승(19%) 등을 자금난(14%) 수출부진(7.7%)보다 높게 꼽았다.
이에 대해 최경선 대한상공회의소 이사는 『단기적으로는 인력수급에 관한 전국적인 정보망을 구축,구인·구직자간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생산직·기능직이 우대받는 사회풍토 조성과 함께 기능인력양성 확대를 위한 교육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오체영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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