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에 가려 있던 젊은 골퍼들 속속 그린 '가운데' 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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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잃어버린 세대'가 돌아오고 있다.

26일 새벽(한국시간) 벌어진 WGC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은 두 젊은 선수가 치렀다. 헨릭 스텐손(스웨덴)과 제프 오길비(호주)다. 모두 1977년생으로 76년생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보다 젊다.

스텐손은 준결승에서 트레버 이멀만(남아공), 8강에서 닉 오헌(호주)을 꺾었다. 오길비는 준결승에서 채드 캠벨(미국), 8강에서 폴 케이시(영국)를 눌렀다. 우즈는 16강 전에서 오헌에 연장 끝에 져 PGA 투어 8연승이 좌절됐다.

우즈보다 젊은 선수들은 골프 황제의 거대한 그늘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27.스페인)와 애덤 스콧(27.호주)이 선두 주자였으나 '빅 5'에도 끼지 못했다. 그래서 황제 우즈의 뒤를 이을 황태자라는 별칭을 우즈보다 여섯 살이 많은 어니 엘스(남아공)가 받아야 했다. 우즈의 후배들은 골프계에서 잃어버린 세대로 불렸다. 그러나 오길비가 US 오픈에서 우승한 2006년 여름을 기점으로 20대 중후반의 이 불운한 세대가 선배들을 제치고 무대의 중앙으로 나오고 있다. 25일 현재 세계랭킹 16위 중 8명이 우즈보다 젊은 선수들이다. 스텐손.오길비.스콧.가르시아 외에도 루크 도널드(30.영국).이멀만(28).케이시(30).찰스 하웰 3세(28.미국)다.

'톱 5'에는 스콧(4위) 한 명만 포함됐지만 조만간 이들이 대거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랭킹 포인트가 많이 걸린 액센추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16강 중 8명, 8강 중 5명, 4강 중 3명을 이들이 차지했다. 비제이 싱 등 빅5는 모두 일찌감치 탈락, 순위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유럽과 호주 선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국의 젊은 선수들은 고루하고 우즈의 기세에 지나치게 눌린 인상이지만 유럽 선수들은 밝다. 창의력이 뛰어나고 패션감각도 좋아 인기도 만만치 않다. 좀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골프계의 '뉴키즈 온 더 블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라이더컵에서 우즈를 꺾어 봤기 때문에 자신감도 넘친다.

우즈 못지않은 장타를 휘두르는 스텐손과 오길비를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 스텐손은 최근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 우즈와 어니 엘스를 제치고 우승했다. 오길비는 지난해 US오픈에서 필 미켈슨과 짐 퓨릭 등을 꺾고 우승했으며 25일까지 매치플레이 11승무패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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