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5년간 35억 달러 원유·가스 베네수엘라서 들여오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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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본이 세계 8위 원유생산국인 베네수엘라와 15년간 모두 35억 달러 상당의 원유.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중동에 치우친 에너지 공급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다. 일본이 남미에서 원유를 사 오는 것은 1970년대 석유 위기 때 일시적으로 들여온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계약은 23일 일본 종합상사인 마루베니(丸紅)와 미쓰이(三井)물산이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PDVSA)와 체결했다. 일본의 두 회사는 PDVSA에 35억 달러(약 40조원)를 지급하고, 연간 약 70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게 된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3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하루 2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일본에 공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본 전체 원유 수입 물량의 1%에 해당한다.

원유 공급의 9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은 2000년 이후 중앙아시아.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활발한 자원외교를 펼쳐 왔다. 지난해 상반기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이 지역을 순방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고이즈미는 지난해 4월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을 순방한 데 이어 8월에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같은 시기 일본의 신일본석유는 사할린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천연가스를 확보했다. 지난해 러시아와 중국이 시베리아 파이프라인 건설에 합의하고, 핵 문제로 이란 유전 개발사업 진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은 에너지 확보와 관련해 상당한 위기의식을 느껴 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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