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감동' 뒤에 남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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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에 손색이 없다."

이틀간의 실사를 마치고 24일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헬무트 디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조사평가단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둘러보면서, 그리고 시민들의 열기를 지켜보면서 평가단원의 입에서는 찬사가 잇따랐다.

조사평가단의 실사 준비를 진두지휘한 김범일 대구시장은 실사 기간 내내 싱글벙글했다. 대구 월드컵경기장을 보면서 평가단의 탄사가 쏟아질 때마다 김 시장의 자신감은 더해만 갔다. "평가단은 이미 상대 도시(브리즈번.모스크바, 바르셀로나)를 다 보고 왔다. 내놓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평가단의 반응에서 우리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평가단이 대구를 떠난 직후 김 시장의 표정은 다시 어두워졌다. 1차 관문은 무사히 넘었지만 3월 27일 개최지 결정까지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IAAF는 대구시와 유치위에 "대회가 성공하려면 든든한 재정 후원자가 있어야 한다"고 수차례 주문했다. 대구 대회를 후원할 업체를 찾으라는 것이었다. 후원업체는 배번 광고(선수들의 등에 붙이는 광고)와 A보드 광고(경기장 안에 세우는 간판 광고)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광고수익은 IAAF 조직 운영과 세계 육상 발전기금으로 사용된다.

대구시와 유치위는 그동안 국내 대기업들과 수차례 접촉했지만 확실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유치위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열린 24일, 조건호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급히 초청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의도였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대구 혼자서 치르는 대회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스포츠 행사다. 2011년에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이어서 2014년에 평창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린다면 '업그레이드 코리아'를 기대할 수 있다. 3월에 대구가 웃고, 7월에 평창이 웃으려면 정부의 의지와 확실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이젠 정부와 기업이 뛸 차례다.

홍권삼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