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틀 깬 마케팅 … 우린 '개성'을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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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패션업계에선 '쌈지스러운 발상'이라는 말이 꽤 알려져 있다. 1992년 가방과 구두 등 가죽제품 브랜드로 출범한 '쌈지'가 기존의 트렌드와 패션 상식을 깨는 새로운 시도로 시장에서 성공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를 천호균(사진) 쌈지 사장은 "다르고 삐딱한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쌈지스러운 발상'은 브랜드 출범 10여년 만에 위기를 맞았었다. 2003년 매출액(1364억원)이 전년(1596억원)보다 뚝 떨어지면서 적자를 기록했고, 2005년까지 내리 3년을 매출감소와 적자로 허덕였다.

천 사장은 "이 과정에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회사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아직 공시를 하지 않아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액과 이익이 2002년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말이다. 공시된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이 매출액 909억원에 순이익이 24억원이다. 적자로 내리꽂혔던 2002년 천 대표는 회사의 문제를 진단했다. 내수 중심 사업구조와 브랜드 노후화, 리뉴얼 시기 지연 등 부진의 원인이 여러 군데서 발견됐다. 더구나 '쌈지'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디자인이 이젠 새로울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수준이었다. 결국 디자인 개혁이 관건이었다.

"경기 영향 탓도 있었지만 일단 문제를 내부에서 찾았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수준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대대적인 디자인 구조의 개혁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매출이 좋은 브랜드의 디자이너들과 부진한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실력을 면밀히 분석했다. 디자이너들을 각자 실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이동시켰다. 디자인실 이사와 실장으로 외부에서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영입했다. 디자이너들과 판매사원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품평회를 열었다. 기존에 품평회는 두 달에 한 번씩 했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시장에 통하는 물건을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 리뉴얼 분석 회의로 이어졌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시장이었다. 내수가 90%이상이어서 회사 실적은 국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내수 판매액을 늘리기 위해 자체 매장을 늘렸고, 마케팅실에서는 '소비자들을 어떻게 자극할까'를 주제로 지속적인 회의를 열었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北京)과 다롄(大連)에 해외 첫 매장을 열었다. 곧 상하이(上海)와 선양(瀋陽)에도 추가로 매장을 낼 계획이다. 중국에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올 3월 상하이에서 열리는 '프리뷰 인 상하이 2007'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중국 진출에 이어 올해는 유럽.미국 시장에도 도전한다. 이를 위해 3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프리미어 컬렉션'에 가방을 전시할 계획이다. 배우 배용준을 캐릭터화 하는 작업 등 한류 캐릭터 상품 개발도 모색하고 있다. 또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본사 사옥도 매각(85억원)했다. 쌈지는 패션상품뿐 아니라 서울 인사동 '쌈지길'이나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딸기가 좋아'같은 문화콘텐트 사업도 하고 있다. 서울 방이동 본사 건물 1층에선 수시로 미술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 체험 학습장인 '딸기가 좋아'에 이어, 올해는 어린이를 위한 '책 읽는 문화 체험장'도 만들 생각이다.

천 사장은 "3년 부진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며 "이를 기회로 기업에 대한 많은 생각을 했고, 해외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 사장은 '레더데코'라는 가방 회사로 시작해 한국 명품 브랜드를 지향하며 주머니라는 뜻의 고유어 '쌈지'를 브랜드로 출범시켰다. 출범 초인 90년대 '통굽구두' '벙거지 스타일 가방' 등 독특한 스타일의 가죽제품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1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박미숙 이코노미스트 기자

※자세한 내용은 이코노미스트 3월6일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쌈지

설립연도 : 1984년

임직원수 : 536명

자본금 : 69억원

주요 아이템 : 가방, 구두, 의류,

팬시용품 등

주요 브랜드 : 쌈지, 쌤, 딸기,

아이삭, 진리, 마틴싯봉, 쌈지마켓, 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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