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대까지 공연자료 한눈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공연예술사의 공백들을 메워줄 연극·음악·영화·무용관계 자료들이 공개된다.
10월부터 시험운영을 시작하는 예술의 전당 예술자료판이 이를 계기로 마련하는 「김종욱소장 예술자료 전시회 」(30일∼10월 30일 )에는 1908년부터 1960년대까지의 공연예술관계 포스터·전단·대본·입강권 등의 희귀자료 3백여점이 선보인다.
문헌자료 수집가 김종욱씨(53)가 10여년간 수집해온 약 50만점의 공연예술자료들 가운데 특히 자료적 가치가 높은 것들을 골라 공연예술의 변천을 알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자료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08년 프랑스 파데피사가 「활동사진기」 판촉을 위해 만든 영화전단. 지금까지 발견된 최초의 영화대본 『심청전』(단성사 발행·1925년), 미군정청 주관으로 전국에서 순회상영된 영화 『산중의 다리』포스터 (1946년 추정)등 흥미로운 자료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한국 최초의 창작오페라 『춘향부』 (이서구 대본·현제명 작곡·1950년)의 공연프로그램에는 「기녀수절 춘향독보」라고 쓴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이 남아 있고, 「조선극장연극주보」(1931년)에는 『정당한 탈선』 『철혈아뭇소리니』등의 공연 프로그램과 함께 입장할인권 광고가 실려 있다.
또 조선음악가협회 창립기념 신춘음악대연주회 프로그램(1947년)에는 이건우의 『여명의 노래』, 김순남의 『인민의 나라』 『독립의 아침』 『노동자의 노래』등 월북작곡가들의 작품이 소개돼 당시 한국음악계의 분위기를 엿볼수 있다.
이같은 자료에는 음악다방광고, 연주단체들의 다음번 공연에 대한 신청극 제의란, 공연장 예절 안내, 출연자들의 프로필 등이 담겨있어 공연뿐 아니라 출판·광고·언어등의 변천사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매우 흔한듯하지만 공연이 끝나자마자 없어져버리기 십상인 프로그램·포스터등 관련자료들을 공연장·고서점·경매장을 찾아다니며 알뜰히 수집해온 김씨는 『대학원생들이 이 자료들을 토대로 15편의 석사논문과 5편의 박사논문을 썼고, 우리 공연예술사의 숱한 공백을 메우거나 잘못을 바로 잡는 글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