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안”… 최각규부총리에 듣는다/대담=최철주경제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성장률 9%」는 하향조정 바람직/자생적 경쟁력 배양이 우선/돈풀어 한계기업 안살릴터
최근 최각규 부총리의 심기가 적잖이 불편하다. 취임후부터 꾸준히 공들여온 물가·국제수지가 악화돼 여론의 비판과 대통령의 질책을 받았는가 하면 내년예산은 본인으로서는 어떤 논리로 봐도 어불성설인 「팽창시비」가 가시지 않고 있다. 최부총리를 만나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앞으로의 정책구상을 들어봤다.
­지난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패군지장」이란 표현을 쓰셨는데 어째서 패군입니까.
▲원래 유구무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인데 앞에 그런 표현이 나왔습니다. 일시적 요인 때문이었다고는 보지만 어쨌든 7월의 국제수지와 8월의 물가 등 어려운 상황이 지표로 나타났고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데 정책책임자로서 변명만 할 수는 없고 질책을 감수한다는 뜻이었습니다.
­9월중 일시적이라곤 해도 무역수지 적자가 1백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물가와 국제수지 적자,이런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십니까.
▲우리경제의 문제는 거시지표로 보면 국제수지 악화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인플레 압력이 구조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데 있습니다. 이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전환기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야할 진통을 극복하고 선진경제로 진입키 위해선 자생적 경쟁력을 배양하고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국제수지 악화는 89년부터 이미 싹트기 시작한 것이고 대응책도 그동안 쌓여온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입수요의 증가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해소해 나가느냐에 맞춰져야 합니다.
수출산업경쟁력 강회도 과거와 같은 환율정책이나 직접적인 금융·세제지원같은 단기승부가 아닌 경제전체의 효율화와 경쟁력 배양속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수입수요는 결국 수요관리로 풀어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내수와 건설경기 위주로 된 현재의 9% 성장률은 떨어져야 합니다. 국제수지·물가문제가 갑자기 개선될 수는 없겠지만 4·4분기부터는 개선되는 방향으로 잡혀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환율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만.
▲원화가 실효환율 이상으로 높이 평가된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있고 특히 미 달러화의 강세로 대 독일마르크 환율은 절상돼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습니다.
그러나 환율로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합니다.
당장의 어려움은 해소될지 몰라도 이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앞으로 환율은 시장평균환율제에 맡길 뿐 정부가 개입할 생각은 절대로 없습니다.
­현재의 경제성장수준을 우리의 잠재성장률 정도로 더 낮춰야 한다는 지적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난해와 올 상반기의 9% 성장이 물가과 국제수지 악화의 요인으로 작용한 이상 성장률은 다소 낮춰야 한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지난 5월과 7월의 건설경기진정대책으로 건축투자증가율이 줄고 있고 건축허가면적도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 경제의 적정성장률은 7∼8%라고 얘기되고 있지만 성장률은 절대적 수준보다는 물가와 국제수지에 압력을 주지 않는 선의 성장이 얼마냐는 것이 중요하고 이점에서 작년과 올 상반기의 9% 성장은 압력요인이 됐으므로 낮춰져야겠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금리수준에서 한계기업의 도산이 불가피하다면 이는 사회적으로 감내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일부기업의 어려움,심지어 도산위험이 있다는 얘기는 듣고 있습니다만 통화량을 늘려 금리를 낮추는 정책은 절대로 펴지 않겠습니다. 물론 현재의 금리수준은 떨어져야 하지만 이는 돈을 쓰는 쪽에서 완급을 가리는데 더욱 노력하고 금융기관도 선별기능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기업도산 등이 정권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통화관리를 보다 느슨하게 하라는 정치적 요구가 있을 땐 어쩌시겠습니까.
▲현재의 물가나 국제수지 압력을 해결하려면 최소한 현재의 통화공급 기조를 완화해서는 안됩니다.
­올해 추국수매가 결정과 내년도 임금문제가 앞으로 경제운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추곡수매중 통일벼는 지난해 이미 국회동의를 받아 수매량 1백50만섬,수매가 동결로 확정된 바 있습니다.
일반벼 문제는 아직 작황조사,양곡유통 위원회심의 등을 거쳐야겠지만 1천6백만섬을 넘는 재고수준과 재정·통화운용상 그렇게 확대할 여지가 없는 형편입니다.
당에서는 농민의 어려움과 내년 선거 등을 고려,확대주장이 있읍니다만 올해 추곡수매의 규모와 인상률은 작년보다 줄여야할 입장입니다.
내년도 임금은 일률적인 한자리수 보다는 대기업 처럼 이미 많이 올라간 부분은 거의 올리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임금인상을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지 못하고 제품가격에 반영시켜야 한다면 이는 올려서 안됩니다. 내년 임금은 결코 한자리수를 넘어선 안되며 만약 또다시 두자리수 인상이 된다면 우리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매우 어렵게 될 것입니다.
­내년 예산안에서 농어촌 부채경감에 4천3백억원이 나가는등 소득보상적 지출규모가 커지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부채가 주는 등의 효과도 거두지 못하는 듯 합니다.
▲그런 지출은 대폭 줄여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이미 법률로 확정된 것입니다. 당초 마련한 정책자체에 많은 의문이 있습니다만 이미 법률로 확정된 것을 이제와서 손대기는 어렵습니다.
­재정의 효율성이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고쳐나가는 게 정부 역할아닙니까.
▲그럴 수만 있다면 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만 이미 농민에게 약속된 사항을 이제 와서 바꾼다면 그야말로 정부신뢰를 잃게 되겠지요.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일부 학계·업계 등에선 정부의 재정긴축을 요구하고 재정집행의 방만함을 지적키도 합니다만.
▲그동안 재정이 확대돼 과열성장과 통화압력을 초래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국민의 조세부담율은 19.5% 수준에서 유지됐고 GNP대비 재정규모는 오히려 줄고 있으며 통화면에서도 재정은 계속 환수요인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실에도 불구하고 재정팽창으로 경기과열과 인플레가 유발됐다면 이는 사실 왜곡입니다. 오히려 사회간접자본 투자나 인력수급,교육과 환경 등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같은 사실과 다른 재정팽창에 대한 저항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선거공약과 관련한 선심예산이란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내년 예산안을 보면 사업비가 오히려 줄었습니다. 사업비를 줄이면서 어디다 선심을 쓰겠습니까. 물론 대전 EXPO라든지 경부고속전철같은 것을 지금 왜 하느냐고 하는 것처럼 내용을 놓고 말하면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고 이런 것은 경청하며 견해가 다른 부분들은 이해를 요구해 나가야겠지요.
­경제현안에 대해 특별히 강조하시고 싶은 말이 있으십니까.
▲오늘의 경제문제는 정부만의 해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욱이 경제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고 경쟁력을 배양한다는 것이 과제로 된 상황에서 정부가 주요한 역할을 해도 정부만으로는 한계와 제약이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우리 경제의 주역은 기업입니다. 우리경제가 효율성을 갖추는 것도 결국은 기업이 하는 겁니다.
또 근로자와 가계,일반국민들도 모두 스스로 자제하고 내몫보다는 전체를 보는 생각을 가져야겠습니다.<정리=박태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