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논술] "사회문화 · 윤리 교과서 거의 외웠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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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시에서 법대에 수석 입학한 대일외고 3학년 이정덕군. [사진=김형수 기자]

"수능과 내신 준비만 확실히 해도 논술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2007 서울대 정시에서 법대 수석을 차지한 대일외고 3학년 이정덕(18)군의 말이다. 내신 성적이 서울대 합격자 평균 수준을 밑돌고 수능 성적도 합격자 평균 수준에 그친 이군은 논술에서 고득점을 받아 수석의 영예를 거머쥐었다. 고3 1년 동안 수능과 내신 대비에 전념하며 논술까지 해결한 이군의 논술 학습법을 들어봤다.

◆교과서는 논술의 기본=고3 때 교과서를 등한시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시간이 아깝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군은 교과서가 내신은 물론 수능과 논술을 대비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교재라고 말한다. 교과별 기본 개념을 골고루 설명해 주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 두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군은 '사회문화'와 '윤리' 교과서를 논술 교재로 삼아 외우다시피 했다. 덕분에 시사와 고전 관련 논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올해 '지식정보화 시대에 정부.기업.가정의 변화 속도'를 물었던 서울대 정시 논술 문제도 '사회문화' 교과서에 실린 사회유기체설을 결론에 인용했다.

이군은 "논제나 제시문에 담긴 이론을 지나치게 깊이 파고들 필요는 없었다"며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인 게 좋은 평가를 받은 요인 같다"고 말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철학자의 이론이나 어려운 사상을 줄줄이 인용하다 보면 문장만 조악해지더라는 것이다. 차라리 여러 번 읽어 익숙한 교과서 내용으로 풀어나가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언어영역 공부는 논술의 열쇠=이정덕군은 언어영역의 비문학 제시문에서 논술에 필요한 정보와 시각을 얻었다. 이군은 "고전을 많이 읽으면 좋겠지만 내신과 수능 준비도 버거운 게 현실"이라며 "교과서 밖의 중요한 지식은 언어영역 지문에서 많이 배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서울대 정시 논술 제시문에 나온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보고 서론에서 같은 저자의 '제3의 물결'을 인용했는데, 이것도 언어영역 비문학 제시문을 통해 익힌 내용이었다. 이군은 "언어영역 제시문은 고교생의 눈높이에 맞게 과학.예술.언어 등 다양한 분야의 고전에서 발췌한 글이기 때문에 논술에 인용하기 좋다"고 덧붙였다.

이군은 또 언어영역의 제시문은 문장이 간결하고 메시지도 명확해 논술을 쓸 때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문장의 길이, 단락의 구성, 서론과 결론 등을 꼼꼼하게 살피면 글 쓰는 데 유익하다는 것이다.

◆신문은 2~3개 꾸준히 읽어=이군은 고1 때부터 TV를 전혀 보지 않았다. 대신 논조가 다른 여러 신문을 칼럼 중심으로 읽었다. 스크랩하거나 어려운 단어를 찾는 번거로운 작업은 생략하고 쉬는 시간을 활용해 가벼운 마음으로 죽 읽어내려 갔다.

이군은 "하나의 이슈에 관한 전문가의 견해와 객관적인 보도 기사를 읽다 보니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훈련 덕에 구술 시험에서도 칼럼에서 읽은 내용을 적절하게 예로 들 수 있었다.

이군은 지망 학과를 정했다면 학과와 관련된 기사를 중심으로 읽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신문에서 본 기사와 교과 내용이 연결될 경우 메모해 교과서에 붙여 놓기도 했다.

◆수능 이후 매일 한 편씩 써=기말고사를 보고 나면 서울대 논술 시험을 볼 때까지 6주가 남는다. 이군은 이 기간 동안 매일 한 편씩 논술문을 썼다. 시험 시간은 3시간인데 처음엔 기출문제를 푸는 데 4시간가량 걸렸다. 글씨 쓰는 속도가 느려 시간 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러나 2주 뒤에는 주어진 시간을 반드시 지켰다. 개요 짜는 데 40분을 할애하고, 서론-본론-결론을 구성하는 시간도 안배했다.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다음 단계로 과감하게 넘어가기도 했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이군은 수능이 끝난 뒤 긴장이 풀어질 것을 염려해 학원에 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학원 수업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 조절과 시험 요령을 알아두는 차원에서 학원을 이용했다고 한다. 몇 차례 첨삭을 받기도 했지만 첨삭 교사의 의견을 100% 받아들이기보다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내용만 참고했다.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첨삭을 받지 않고 자기 글을 반복해 읽으며 스스로 첨삭했다.

이군은 후배들에게 실전에서 유익한 조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논술 연습을 할 때는 반드시 원고지에 쓰도록 하세요. 작성법을 몰라 시험장에서 묻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대학에서는 대체로 검은 볼펜을 사용하라고 하거든요. 연필로 써놓고 다시 볼펜으로 옮기면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연습할 때도 볼펜으로 쓰는 습관을 들였으면 합니다."

글=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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