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득만 챙기고 핵 포기 절대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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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협상(6자회담)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2.13 베이징 합의는 언젠가 깨질 것이다."

미국 네오콘(힘의 외교를 주장하는 신보수주의자)의 핵심 인물인 존 볼턴(사진) 전 유엔 대사는 21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어겼듯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북한 정권을 종식하는 방식의) 한반도 통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합의를 "아주 잘못된 협상"이라고 비판한 자신의 견해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일축한 데 대해 "매우 슬프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베이징 합의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북한의 행태를 잘 보라. 그들이 과연 핵을 폐기할 것 같은가. 이번 합의는 북한뿐 아니라 이란 등 대량살상무기를 확산하려는 국가들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이 좌절할 정도로 버티면 보상이 주어진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알았을 것이다."

-이번 합의가 제네바 합의와는 좀 다르지 않나.

"합의 이행의 단계를 만들고, 단계별로 검증하겠다고 한 것은 다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엔 이미 만든 핵무기와 고농축 우라늄(HEU) 문제,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아주 중요한 것들이 빠졌다. 그걸 5개 실무그룹에서 논의한다고 하지만 거기서 과연 모든 문제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HEU의 존재를 부인해 온 북한이 계속 버틸 때 미국 등이 그걸 쉽게 입증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협상을 지속하는 척하면서 또 다른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할 것이고, 실무그룹은 결국 이용만 당하고 말 것이다."

-대북 금융제재에 대한 견해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것이 바로 금융제재다. 미국이 북한을 압박하는 그런 지렛대를 포기한 건 큰 실수다."

-부시 대통령은 당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 것이 매우 슬프다. 그가 그동안 지켜온 '나쁜 행동에 대해선 보상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옳은 것이다. 이번 합의는 거기에서 벗어난 것이다. 대통령이 합의를 거부하기를 바란다. 북한은 이득만 챙기고, 핵을 없애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북한이 달라졌다'고 했는데.

"베이징 합의는 그의 정책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올바르게 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런지 지켜볼 것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유엔을 재조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다만 올 초에 취임했기 때문에 지금 평가하는 건 무리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존 볼턴=젊었을 때 베트남전을 옹호했으며, 북한 정권 붕괴론을 주장해온 강경파다. 2005년 유엔 대사로 지명됐으나 민주당의 반발로 상원의 인준을 받지 못하자 부시 대통령이 그해 8월 상원 휴회 기간을 이용해 직권으로 그를 유엔 대사에 임명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다. 지난해 말 유엔 대사로 다시 지명된 그는 상원의 인준을 받기가 여전히 어렵자 스스로 물러났다. 현재 네오콘의 요새인 미 기업연구소(AEI) 부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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