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도서관…말로만 "진리탐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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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진리탐구의 산실이어야할 대학에 변변한 도서관이 없다니 말이 됩니까. 학생 정원은 7천8백명인데 도서관 좌석수는 1백64석에 불과합니다. 도서관 흉내만 내고 있지요.』
24일 오후 경희대 수원캠퍼스. 교정 곳곳에서 만난 학생들은 한결같이 상아탑으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도서관조차 없이 대학을 운영하는 재단측의 비교육적 처사를 성토했다.
이학교 개교시기는 지난 77년. 그로부터 11년이 지났으나 7천8백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중앙도서관이 없다.
개교초기에 「중앙도서관건설」 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농성·시위가 되풀이되자 학교측이 약속했던 도서관 완공시기는 88년. 그러나 학교측은 골조공사만 끝내놓고 재정난을 이유로 4년째 공사를 중단하고 있다.
현재 공대건물 2층 강의실을 개조해 만든 임시도서관 좌석수는 1백64석(열람실제외). 7천8백명의 재학생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학생수는 수원캠퍼스와 비슷하지만 중앙도서관 좌석수는 1천8백석으로 10배이상 격차가 난다.
도서관 장서수도 서울캠퍼스는 66만권이 비치돼있으나 수원캠퍼스는 서울의 3분의1에도 못미치는 18만권에 그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냉·난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아 여름철은 찜통무더위속에서, 겨울이면 실외나 다름없는 추위속에 떨며 공부해야 합니다. 때문에 여름·겨울방학중에는 학생들이 이용을 기피해 도서실이 텅텅 비곤하지요.』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시늉뿐인 도서관 시설의 문제점을 성토하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또 산업환경연구소등 7개의 부설연구소가 설립돼 있으나 실험실습기자재등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학생들은 실험실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사정은 경기지역에 지방캠퍼스를 둔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79년이후 경기지역에 제2캠퍼스를 설립한 경희대(수원), 중앙대 (안성), 한양대 (안산), 외국어대(용인), 동국대 (안성), 명지대 (용인) 등 총11개 대학중 단독건물로 된 중앙도서관을 갖춘 대학은 외대·중앙대등 2개 대에 그치고 있다. 명지대 용인캠퍼스의 경우 대학생은 7천명으로 서울캠퍼스의 2천명보다 5천명이 많다.
그러나 제3강의동 3층에 마련된 도서관 좌석수는 1천51석으로 서울의 9백88석에 비해 겨우 63석이 더 준비되어 있을뿐이다.
장서수도 5만8천6백51권으로 서울의 18만8천5백13권의 3분의1 수준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토·일에는 개관조차 하지 않아 수험기간중에는 서울캠퍼스 도서관에서 눈치 (?) 를 보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있다.

<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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