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26년(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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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영국의 더 타임스지가 「세계의 신문」 22개지를 선정,그 신문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실은 일이 있었다.
그때 더 타임스지는 일본의 아사히신문을 소개하면서 사설보다 훨씬 인기가 있는 1면칼럼 「천성인어」를 더 높이 평가했었다.
더 타임스지에 의하면 이 칼럼은 거침없는 유려한 필치로 인간의 모럴과 건전한 상식,또는 사람들의 취미나 기분에 이르는 모든 주제를 아주 개방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칼럼은 이처럼 모든 문제를 다루면서도 논리적이고 날카로운 이성의 눈으로 보는게 아니라 정감이 담긴 부드러운 감성의 눈으로 보는데 특징이 있다. 사설이 언제나 정색을 하고 세상만사를 논하고 천하의 법도를 따지는데 비해 칼럼은 때로는 정장차림,때로는 캐주얼차림으로 세상의 물정과 인정을 소박하게 엮는다.
중앙일보의 창간과 함께 태어난 「분수대」가 지난 26년동안 한결같이 독자의 관심을 모아온 것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자부한다.
「분수대」는 첫 물줄기를 뿜으면서 이렇게 다짐했다.
『그것은 항상 썩지 않고 용솟음치는 생의 욕망이다. 그것은 국경이 없는 하늘을 향해 발돋움치는 인간애의 증언이다. 그것은 불행과 전쟁과 빈곤의 갈증을 풀어주는 희망의 셈이다.』
그래서 슬픈 일이 있어도,억울한 일이 있어도,가난과 외로움과 폭력과 불의와 온갖 절망이 있어도 분수대를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언제나 줄기찬 생명의 물줄기를 뿜어 올렸다.
「분수대」가 한결같이 지켜온 정신은 세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는 것,둘째는 교육적이거나 교훈적인 내용을 담는 것,셋째는 향기롭고 다양한 메뉴로 흥미를 돋우는 것. 다시 말하면 인포머티브,에듀커티브,엔터테이닝이다.
여기에 덧붙여 「분수대」의 엄격한 계율은 자료에 충실하고 인용에 정확을 기하는 것이다. 그런 노력의 하나로 지난 66년 『대영백과사전』에 실린 3·1운동 항목의 오류를 지적,개정케 했다.
그뿐 아니라 「분수대」는 70년대 독재와 유신에 항거,필화를 겪기도 했고,80년대에는 첨단과학과 신기술,산업정보 전달의 첨병이 되기도 했다.
이제 대망의 21세기를 향해 「분수대」는 더욱 힘찬 물줄기를 뿜어 올릴 것을 다짐하며 오늘부터 이 칼럼을 기명으로 바꾼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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