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부근 방은 그나마 "별따기" 상가·병원등 편의시설도 전무|기숙사 부족 「닭장자취방」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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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해11월 경기도 안성군 대덕면 중앙대 안성캠퍼스 후문 부근 3평짜리 자취방에서 이학교 학생4명이 연탄가스에 중독, 신음중인 것을 이웃 자취방 동료들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김모군(당시21·축산3)은 숨지고 C모군(22)은 뇌신경마비로 반신불수가 돼 지금도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금이간 시멘트방바닥 틈새를 통해 방안으로 스며든 연탄가스에 중독, 변을 당했다.
김군등 4명이 공동생활했던 자취방의 원래 용도는 돼지우리. 중앙대안성캠퍼스주변 축산농민들은 대학정원증가로 자취·하숙생은 급증하고 있으나 기숙사시설이 절대부족한데다 학교주변에는 민가마저 드물어 학생들이 자취방구하기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점을 이용, 10평크기의 돼지·소우리를 3∼4분해 부엌·방등 최소한의 주거시설을 갖추어놓고 학생들에게 월세를 놓아 짭짤한 재미를 보고있다.
중앙대주변 내·중리일대에 밀접한 「돼지·소우리자취방」은 약3백여개. 2인1실기준 월세는 5만∼6만원으로 비교적 싼편이나 임대료가 싼만큼 주거환경은 엉망이다.
『방 크기가 3평정도에 불과해 책상 2개, 옷장등을 들여놓고나면 다리를 뻗고 잠잘 공간이 없어 다리부분은 항상 책상밑바닥을 차지하곤 합니다.』『자취방 대부분이 슬라브지붕과 시멘트블록으로 덮여있어 여름철이면 찜통처럼 무덥고 겨울에는 아궁이에 연탄불을 피워도 냉방처럼 차가워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장마철이면 천장에서 빗물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서울 구로공단 주택가의 「닭장」이나 마찬가집니다.』
『화장실·수도등을 공동으로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아침마다 화장실쟁탈전을 벌여야 합니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돼지·소우리자취방」생활의 불편함을 나열하면서 대책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방법이 없다.
수도권지역인구를 분산시키고 지방 학생들게도 고른 교육기회를 부여한다는 정부방침에 따라 서울에 본교를 두고 있는 대학들이 수원·용인·안성등 경기지역에 지방캠퍼스를 본격 설립하기 시작한것은 79년.
그후11년이 지났으나 개교초부터 문제가돼왔던 기숙사시설등 학생편의시설 부족문제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도심에서 2∼3㎞ 떨어진 산등성이에 대학건물만 우뚝 서있을뿐 기숙사시설은 절대부족, 학생들은 병·의원은 물론 목욕탕·식당·상가조차 없는 농촌지역 농가주택·돼지우리를 개조한 자취방등에서 불편한 「타향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재학생은 총8천2백5명. 이중 서울등지에서 통학하는 4천7백명을 제외한 3천5백여명중 기숙사입주행운(?)을 얻은 학생은 1천7백여명. 나머지 1천5백여명이 기숙사부족으로 하숙·자취생활을 하고 있다.
2인1실 기준 월하숙비는 15만원선으로 서울과 맞먹는 수준. 그러나 하숙방 구하기가 힘들어 대부분학생들이 방을 쓰지않는 방학중에도 방값을 지불하고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한양대안산캠퍼스에 다니는 강형섭군(20·국문2)은 『학교주변에 하숙방이 절대부족하기 때문에 개학후에 방을 못구하는 경우가 잦아 여름방학인 지난 7, 8월에도 방값을 선불로 지급했다』고 말했다.
경북문경출신인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권우석군(20·아프리카어2)은 지난6월초 2학기 기숙사입사원서를 냈으나 추첨에서 탈락, 학교에서 35km떨어진 성남시에서 하숙생활을 하고있다.
『경쟁률이 3대1인 기숙사추첨에서 탈락돼 개학후 학교주변 모현면일대 하숙촌을 뒤졌으나 방이 없어 성남시대평동에 하숙방을 구해 통학하고 있다』는 것이 권군의 설명.
외국어대 용인캠퍼스 재학생은 총5천3백22명.
이중 26%인 1천4백여명이 기숙사생활을 원하고 있으나 실제 기숙사 입주혜택을 받고 있는 학생은 남학생 4백20명, 여학생 2백77명등 6백99명에 그치고 있어 나머지 7백여명은 개학때마다 하숙방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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