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 딴곳맞고 퉁긴것 추정/한씨 부검/탄도는 X레이 나와야 판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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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빠르면 오늘 오후 장례식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27)는 권총탄알이 다른 물체에 먼저 맞고 퉁긴뒤 한씨의 왼쪽 심장을 관통해 심장내출혈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19일오후 서울대 병원에서 서울대 법의학교실 이정빈 박사의 집도로 실시된 부검결과 드러난 것으로 탄알 옆부분이 2㎜쯤 마모된 것으로 미루어 다른 딱딱한 물체에 먼저 맞고 퉁긴 것으로 추정됐다.
이날 부검에는 이박사외에도 인도주의실천협의회소속 의사 양길승씨와 학생대표·지도교수 등 모두 18명이 참여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금명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총기부·국방과학연구소 등 총기 감정전문기관에 파출소장이 사용한 38구경 리벌버권총에 대한 탄도시험을 의뢰키로 했다.
한편 한씨의 장례는 가능하면 빨리 치르고 싶다는 유족들의 뜻에 따라 학생들이 반대하고 있으나 빠르면 20일중 고향인 전남 구례로 운구,21일께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부검을 지휘한 서울지검 강력부 추호경 검사는 『총탄은 5,6번 늑골사이를 비스듬히 뚫고 지나가 심장을 관통한뒤 9,10번 늑골까지 도달해 있으며 직접 사인은 심장출혈에 의한 실혈사』라고 밝혔다.
추검사는 또 『탄환 옆부분의 마모된 흔적으로 미뤄 콘크리트같은 단단한 물체를 맞고 퉁긴 것으로 보인다』며 『탄환의 현미경검사 등을 끝내고 최종 부검결과가 통보되는대로 총기를 발사한 경찰관을 소환해 안전수칙 준수여부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부검에서는 탄환의 각 도·방향·깊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 X레이 촬영이 실시됐으며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직접사인이 된 심장주변 이외에는 부검하지 않았다.
한편 한씨 장례대책위는 19일 오후 11시30분쯤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씨의 죽음은 공권력의 무분별한 총기사용으로 인한 살인이며 28일께 국민대회를 열고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규탄집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또 서총련소속 대학생 1천5백여명은 19일 오후 5시쯤 한씨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의대운동장에서 집회를 갖고 오후 8시쯤부터 남대문·서울역 일대에서 가두행진을 가진뒤 경찰과 충돌없이 자진해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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