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세계육상 유치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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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대구시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전에 나선 것은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조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2003년 대구에서 열린 여름유니버시아드대회를 참관한 로게 위원장은 당시 조해녕 대구시장에게 "이렇게 좋은 시설을 썩히지 말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로게는 이후에도 두세 차례 같은 조언을 했다.

대구시는 경기 시설은 완비돼 있는 데다 선수촌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면 돈이 크게 들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2011년 대회를 유치한다는 방향을 잡고, 2005년 6월 유치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장은 외무부 장관을 역임한 유종하씨에게 맡겼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올림픽, 월드컵 축구에 버금가는 매머드 국제스포츠 대회다. 이를 성공적으로 치를 경우 유럽 등 육상 선진국에 한국과 대구를 홍보할 수 있고,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유럽의 경우 서울과 부산은 꽤 알려져 있지만 대구는 모르는 기업이 많다는 게 대구 상공인들의 말이다. 세계육상대회를 발판으로 쇠락해가는 대구 경제를 살리자는 지역민들의 열망도 있다. 대구의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1991년 이후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꼴찌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면 대구 경제도 살리고, 무력감에 빠진 대구 시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치위 자료에 따르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할 경우 생산 유발효과 4075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765억원, 고용유발효과 6800여 명, 경기관람 연인원 60만 명 등으로 나와 있다.

세계육상선수권은 단일 종목이지만 TV 중계시간과 시청자 수가 여름올림픽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27일간 열렸던 2004년 아테네 올림픽 TV 시청자가 연인원 220억 명(조직위 자료)인데 9일 동안 열렸던 2005 헬싱키 육상선수권대회는 약 200개국에서 65억 명이 시청했다. 입장권 가격이 최고 36만원이었지만 매일 4만~5만 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대구=신동재 기자,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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