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빅3' 페리 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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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이 21일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 '빅3'를 차례차례 만났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순이었다.

페리 전 장관은 세 번의 만남에서 "2.13 합의는 작지만 중요한 진전이다. 그러나 합의 이행 이전까지 합의문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의 이번 방한은 미국 민주당 차원에서 한국의 12월 대선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 활동으로 분석된다.

이명박 전 시장은 '북한 개방론'을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북한 핵 폐기를 추진하면서 북한 경제를 점진적으로 개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처럼 개방하면 북한 주민의 생활고와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미국은 북한의 개방을 전제로 협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페리 전 장관은 북한 핵과 한.미 동맹의 와해를 동북아 지역 안정의 두 가지 요인으로 손꼽았다.

박 전 대표는 "한국 정부가 섣불리 북한에 대한 선물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2.13 합의의 성공 여부는 한.미, 한.일 간 공조가 얼마나 튼튼하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또 "한.미 관계의 약화는 양국 모두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에 대해 부정적이란 견해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페리 전 장관은 "중요한 것은 이양 여부가 아니라 구체적인 조건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한미연합사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을 할 준비가 돼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손학규 전 지사는 "북한을 우방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미는 북한에 인센티브(보상)를 줘 우방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 한.미가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자 페리 전 장관은 "남북이 동시에 발전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한국과 미국도 새로운 관계 구상의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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