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동산값이 금융시장 안정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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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가계와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금융감독원은 21일 펴낸 '2007 금융리스크 분석'에서 올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가계의 채무상환 능력 악화 ▶중소기업 부실화 등을 꼽았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시장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대내적으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른 가계 부실의 확대 가능성이 가장 큰 불안 요인이며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등이 도사리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모두 15가지를 꼽았다.

◆ 가계.중소기업 부실 우려=금감원은 먼저 부동산 경기 위축에 따라 가계 부실의 확대 가능성을 들었다. 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주택담보대출 1인 1건 제한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확대 등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1가구 2주택 양도세 50% 중과 등 각종 부동산대책의 효과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계 자산 중 유동성이 낮은 부동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금융부채는 많은 상태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담보 가치 하락, 신규 차입 여력의 감소, 채무상환 압박 가중 등으로 가계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중소기업은 경제 양극화, 경기 회복 지연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을 계기로 잠복해 있던 부실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 대외 불안 요인도 많아=금감원은 글로벌 유동성의 축소 과정에서 안전 자산으로 자금이 대규모 이동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국내에서 단기 외화자금의 이탈, 원-엔 환율 상승에 따른 엔화 대출의 부실 확대, 해외 차입여건의 악화, 국내 금융회사의 신흥시장 투자펀드 손실 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미국 경제가 경착륙하거나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수출 경기의 급랭 등 파장이 클 것으로 금감원은 예상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과 산업구조의 고도화도 대중(對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복병으로 꼽혔다.

국제 유가의 불안과 자연 재해의 대형화,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사람 감염 가능성도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인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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