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사람 설 땅 없어져|고충석<제주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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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반대>
제주도개발 특별법안은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특별법안이 제주도에 상당량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외지자본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숨은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조항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제주사람은 설 땅이 없다. 특별법은 수백 억∼수천 억원 이 소요되는 대규모의 관광개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외지인에 비하여 제주인의 재력·기술·토지소유 수준은 매우 열악하므로 제주도민은 아예 사업시행자가 될 수 없다.
이 법안은 도시 외 지역, 즉 국토이용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지역을 주요개발대상 지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용도해제 주요대상지역은 해발 2백∼6백m의 중산간 지역이 될 것이다. 중산간 지역은 전체의 63·5%(정확한 소유실태는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외지인 소유가 전체면적의 70%가까이 된다는 통계도 있다)가 외지인 소유이며 이들의 개인 땅 토지 소유면적도 수십만 평에 이르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1차적으로 외지인 소유의 중산간 땅에 골프장·콘도 등 대단위 관광휴양지시설이 들어설 것은 뻔한 이치며 이러한 시설을 하지 않고 사업승인만 받아도 그에 따른 용도변경으로 외지 자본은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기게 된다. 그런데 중산간 지역은 제주도민에게는 젖줄과 같은 곳으로 지하수를 저장하는 천연의 댐 지역이며 오름·초원·계곡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제주도 자연 경관의 근간으로서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한다.
이 법안은 제주도 지사에게 개발 인·허가와 관련해 조선조 때의 제주목사에 걸 맞는 절대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중앙정부에 의해 임명된 지사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인·허가권을 행사할 것이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제주도의 여론은 이 점에 주목하여 특별법 제정 추진을 민선지사 선거이후로 미루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 공익을 추구하는 개발사업자에게 토지를 싼값에 손쉽게 살수 있도록 토지선매권을 부여한 조항이라든가, 사업 시행 자에게 미등기 토지의 소유권이 불분명한 토지에 대하여 보상금을 공탁한 뒤 토지를 취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등도 전부 도민의 희생 위에 사업자들의 특혜를 보장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제주도 개발에 있어 진정으로 중요한 과제는 개발의 속도가 아니라 누가 개발할 것인가, 개발이익을 얼마나 많이 제주도민에게 돌아오도록 할 것인가, 바다와 한라산·중산간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수채화와 같은 자연경관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명제에 역행하는 특별법안의 제정은 중단되어야 한다. 대다수 제주도민들도 그렇게 되기를 온몸으로 열망하고 있다. 지역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주민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방화시대에 제주도민들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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