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어떻게 델 이길 수 있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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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렛패커드(HP)가 시장점유율에서 2분기 연속 델을 제친 데 힘입어 분기 순익이 26% 급증했다.

세계 최대 개인용컴퓨터(PC) 회사인 HP는 11~1월 분기 순익이 15억5000만달러, 주당 55센트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일부 비용을 제외환 순익은 주당 65센트로 애널리스트 전망치 63센트를 상회했다.

매출은 11% 늘어난 251억달러였다. HP는 저가 노트북 판매와 유통 파트너들의 도움으로 2분기 연속 델을 제치고 PC시장을 장악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4분기 HP의 PC 출하는 24% 증가한 반면 델은 8.4% 감소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 3분기 HP와 델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6.3%, 16.1%로 근소한 차이였지만 4분기에는 17.4%, 13.9%로 멀어졌다.

이같은 실적에 힘입어 HP주가는 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HP의 주가는 지난해 30% 급등했고, 올해 들어서도 4% 상승했다.

HP는 어떻게 델을 제칠 수 있었을까.

◇ 비용절감, 매장판매에서 델 앞서

HP의 성공전략을 간단히 요약하면, 강력한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가격을 델 만큼 낮추고 매장판매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강화한 것이다.

HP의 고객 대부분은 매장에서 노트북과 PC를 구매한다.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매출은 델의 15%에 불과하다.

클로버캐피탈매니지먼트의 매튜 카플러는 "모든 이들이 델의 직접판매 모델이 가장 중요하고 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실은 많은 소비자들이 PC를, 특히 노트북을 매장에서 대면 접촉을 통해 구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HP의 매장 판매 우위는 델의 취약한 애프터서비스와 정확히 대비되는 점이다.

또 델의 성공신화를 가능하게 했던 '직접 판매 전략'이 더이상 먹히지 않고 있다. 델은 매장과 중간 판매상을 없애고 고객으로부터 직접 주문을 받아 판매함으로써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재고도 거의 제로 상태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다른 경쟁사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전략이다. 마크 허드 HP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05년 부임해 1만500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비용을 크게 절감했고 일부 품목 가격은 델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 프린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부문 육성

HP는 PC 이외에 프린터,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부문을 육성하고 있다. HP는 지난해 초 PDA단말기 아이팩(iPAQ) 사업 부문을 노트북 사업부에서 분리해 핸드헬드(hand-held) 사업부로 신설했다. 지난 2005년에는 PC와 프린팅 사업부를 분리했다. 각각 다른 성장 기회를 갖고 있는 부문들의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HP는 프린트 매출에서도 경쟁사들과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HP는 레이저프린터 시장에서 40%대 시장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저사양 잉크젯 프린터 시장에서는 델, 엡손, 렉스마크 등 경쟁사들이 가격경쟁력 때문에 이미 철수했다.

HP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부문이다. 허드 CEO는 취임 후 페레그린시스템즈(Peregrine Systems), 머큐리인터랙티브(Mercury Interactive)를 사들이면서 소프트웨어 포트폴리오의 확충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휴대기기 전용 관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비트폰(Bitfone) 인수를 발표했다.

IBM처럼 마진율이 높은 소프트웨어 부문의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IBM의 소프트웨어 부문 총 마진은 86.5%로 IBM 전체 마진을 46.5%까지 높이는 데 기여했다. IBM은 지난 4분기 소프트웨어 매출이 56억달러인 반면 HP는 머큐리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5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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