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어머니 성 언제든 따를 수 있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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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법제처는 자녀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한 2005년 3월 개정된 민법 제781조의 재개정을 추진한다고 20일 밝혔다. 하지만 법 개정의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개정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2008년 시행될 법에 따르면 자녀는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되 ▶부모가 혼인신고 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아버지가 외국인인 경우▶아버지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는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법제처의 방침대로 법이 재개정되면 부모가 결혼을 한 뒤라도 합의가 되면 자녀의 성을 어머니 성으로 할 수 있게 된다. 또 자녀가 부모의 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법제처는 이와 관련, '민법 제781조가 가족관계에서의 남녀평등 이념에 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말 법무부에 법 개정에 대한 의견조회를 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여성개발원이 2005년 선정한 남녀차별 규정을 여성가족부로부터 넘겨받아 일괄적으로 법무부에 넘겼다"며 "법무부가 이달 말까지 우리 의견을 수용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개정할 부분은 이미 2005년 개정 작업 때 거의 다 반영해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를 최대한 살렸다는 게 내부 평가"라며 "현재로서는 법제처에 답신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여성개발원 연구용역을 통해 이런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인 만큼 실제 법 개정을 위한 정비 대상에서는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법제처가 부처 간에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민감한 사안을 공론화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법 제781조는 2005년 2월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가 호주제를 규정한 민법 제778조와 제781조 1항 일부분, 제826조 3항 일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같은 해 3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2008년 1월 시행될 예정이다.

박신홍.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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