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남편의 아흔 건강 요리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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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남편을 아흔 살까지 살리는 건 아내가 만드는 음식에 달렸어요."

요즘 일부 중년 주부는 나이 든 남편을 '귀찮기만 하지 쓸데없는 물건'으로 취급하곤 한다.

결혼생활 30년째인 '주부 9단'이 그들에게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수도요리아카데미 원장이자 요리연구가로 활동 중인 이종임(사진)씨다.

"부부관계가 그만큼 대등한 사이로 발전했다는 우스갯소리지요. 30년을 함께 지내다 보니 남편이란 존재가 '낡고 해졌지만 편한 구두' 같더라고요. 부부가 함께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겁니다."

그가 '남편을 90살까지 살리는 매일 반찬'(올리브 M&B)을 냈다. 뒤늦게나마 남편 밥상 챙기기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남편은 의사이면서도 신혼부터 줄곧 고기만을 고집했어요. 채소 위주의 제 식단과 자주 충돌했습니다."

처음에 그는 요리연구가라는 자존심을 접었다. 밥상머리의 갈등은 피하기 싶었기 때문이다. 대신 25년간 '두 가지 식단을 한 상에 차리는' 일을 해왔다. 그리고 5년 전, 남편의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이종임표 웰빙 식단'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외식을 삼가라고 권했다. 남편이 음식점의 짜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다 보면 아내의 건강하고 소박한 손맛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어 까만 것을 챙겨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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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쌀엔 노화방지와 항암효과가 뛰어난 비타민.무기질.아미노산이 풍부해요. 특히 세포의 활성화를 돕는 셀레늄이 많아 술을 많이 마시는 남성에게 좋지요. 검은콩이나 검은깨는 남성의 신장을 튼튼하게 합니다."

그가 남편을 위해 직접 챙기는 요리를 부탁했다. 곧바로 토마토주스와 비지찌개가 튀어나왔다. 토마토의 붉은 색소인 라이코펜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를 막아준다는 것. 특히 중년 남성의 경계 대상인 전립선암을 예방하는 데 으뜸이라고 전했다. 비지찌개의 주 재료인 콩 역시 이소플라빈 성분이 혈관을 맑게 하는 작용을 한다. 두 가지 모두 만들기 쉬운 게 매력. 몸매를 걱정하는 주부와 아이들의 다이어트식으로도 그만이란다. 책에는 남편의 건강을 위한 메뉴 80여 가지가 식재료 상식과 함께 소개돼 있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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