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도 인근 상암동지역 하늘도 지붕도 "쓰레기 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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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쓰레기수송트럭이 덜컹거리며 지날때마다 뿌연먼지가 풀썩거리는 주택가 골목길. 하늘도 지붕도 쓰레기먼지로 뒤덮여 온통 잿빛이다.
바람을 타고 코끝에 닿는 지독한 악취가 역겹다.
한여름 무더위가 한풀꺾였지만 화장실·밥상머리에는 여전히 파리떼가 들끓고, 쓰레기썩는 악취는 안방까지 스며들어 주민들을 괴롭힌다.
때문에 주민들은 1년 3백65일 창문을 꼭꼭 닫고 살아야한다.
서울시민이 버리는 하루 3만여t의 쓰레기가 쌓이는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을 눈앞아 두고있는 서울 상암동주택가풍경. 4천6백여가구 2만여명의 주민들이 쓰레기먼지와 악취공해로 진통을 겪고있다.
서울시가 난지도를 쓰레기매립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78년3월. 8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매립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악취·먼지공해는 심각한 상태에 도달했다.
『대책을 세워달라고 수차례 진정도 하고 건의도 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시는 번번이 진정을 묵살했습니다.』
『여름철이면 해충과 파리가 들끓어 식사때도 한손으로 파리를 쫓으며 수저를 떠야하고 악취와 먼지때문에 창문에는 2∼3중의 비닐망을 치고있을 정도입니다.』
『1년내내 하늘을 덮는 뿌연 먼지와 탁한 공기때문에 기관지·천식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거환경개선대책위 총무 박상규씨(46)는 『쓰레기매립장 이전문제는 지역주민들의 사활이 걸린 생존권차원의 문제』라며 대책을 호소했다.
서울시가 이같은 주민요구를 반영, 최초로 쓰레기매립장 이전을 검토한 것은 85년말.
시는 당시 86년말까지만 난지도를 매립장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매립시한은 88년, 90년, 91년, 92년말등 세차례나 연장됐다.
현재 건설중인 서울∼김포해안매립장간 수송도로가 완공되는 92년 하반기까지는 난지도에 쓰레기를 매립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
서울시는 91년말 난지도매립장을 폐쇄한다고 약속했으나 주민들에게 통보조차없이 폐쇄시한을 92년말로 수정,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92년말 난지도를 폐쇄한다 하더라도 쓰레기가 산을 이루는 매립부지는 그대로 남기때문에 주민들은 여전히 악취·먼지공해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이를 해결키위해 지난해 8월 「난지도매립장 환경오염방지 기본계획」을 마련, 매립장부지를 대규모택지 또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매립장부지를 흙등으로 덮어 택지를 조성할 경우 쓰레기더미가 썩어가면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때문에 아직까지 매립장 활용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난지도 매립장에서는 불티만 만나면 폭발하는 메탄가스때문에 해마다 수십차례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때마다 시커먼 연기가 상암동 주택가를 덮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때문에 상암동주민 3백여명은 지난 10일 오전10시 성산대교북단 도로일부를 점거, ▲난지도 쓰레기 매립기한단축 ▲근본적인 먼지·악취방지 대책마련▲녹지해제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이 먼지·악취공해대책과 함께 녹지해제등을 요구하고있는 것은 20년전부터 상암동일대가 녹지지역으로 묶여있어 가옥의 증·개축은 물론 재산권행사까지도 제한을 받고있기 때문.
때문에 상암동은 불량주택이 밀집한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남아있다.

<고대훈·한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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