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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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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인간이 어떤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가장 오랜 방식은 '당근과 채찍'이다. '당근'은 예상했던 행동을 했을 때 주는 보상이요, '채찍'은 그렇지 못했을 때 주는 벌 또는 불이익이다.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이냐에 대해선 그동안 숱한 연구와 논란이 있었지만, 어느 한 가지 방식이 모든 사안에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최근 들어 어린이의 훈육에는 채찍보다 당근이 효과적이란 주장이 우세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반사회적 행동이나 일탈행위에 대해선 여전히 금지나 제재와 같은 불이익을 주는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면 대체로 긍정적인 행동을 장려할 때는 '당근'을, 부정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데는 '채찍'이 더 선호되는 듯하다.

경제학에서는 당근을 인센티브(incentive.유인)라고 한다. 어떤 행동을 하거나 의도한 성과를 냈을 때 보상을 줌으로써 그런 행동과 성과에 대한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다. 기업에서 흔히 쓰이는 성과급 제도는 대표적인 인센티브 방식이다. 반면 어떤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쓰이는 수단이 디스인센티브(disincentive.역유인)다.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점을 사전에 주지시킴으로써 아예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요즘 출산장려 정책에는 아이를 많이 낳으면 혜택을 주는 인센티브가 동원되는 반면 과거 산아제한 정책에는 아이를 많이 낳은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디스인센티브가 주로 쓰였다.

지난주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에 대한 합의는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것이 과거와는 다른 변화라고 한다.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 폐기 절차를 이행하는 데 따라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를 두고 디스인센티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합의를 이행할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이것은 엄격히 말하면 디스인센티브 방식이 아니라 인센티브 방식이다. 보상을 못 받는 것은 이익도 아니지만 불이익도 아니다. 반면 핵 폐기에 대한 보상은 거꾸로 핵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인센티브가 될 우려가 크다. 애초에 핵 개발이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 놓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대가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동네 깡패의 반사회적 범죄행위에 가깝다. 이미 저지른 범죄행위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예방효과도, 교정효과도 없다.

김종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