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외제차여 나를 따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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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수입차업체는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직장의 하나다. 특급호텔 마케팅과 골프.시승 등 화려하고 다양한 고객 행사도 매력적이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국내에 판매법인 형태로 진출해 있어 취업 기회도 많아졌다. 이들 업체는 대개 직원 수 30~100명 정도의 규모로, 홈페이지를 통해 상시 채용하고 있다.

외국기업이다 보니 한국 기업에 비해 성(性)이나 학력에 따른 편견이 적다는 점이 강점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에게 문이 넓게 열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재일(37) 크라이슬러코리아 상품기획 차장은 "조직이 작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직원 개개인의 권한이 크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문을 두드리려면 머뭇거리게 되는 점도 없지 않다. 한국 기업의 채용방식과 다른 데다 취업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또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로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업무도 많다.

◆어떤 인재를 뽑나=BMW코리아가 내세우는 신입사원 인재상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정 ▶팀워크 정신을 발휘하는 품성 ▶어학 및 독창적인 문제 해결 능력 ▶건전한 윤리의식 ▶글로벌 마인드 등.

일본 업체들은 강조점이 약간 다르다. 일본 기업답게 진득하게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성실형을 좋아한다. 인기 직장인 도요타코리아는 '성실과 근면'이라는 인재상을 강조한다. 신입직보다는 주로 경력직을 연간 10명 이내 선발한다. 지난해 경력직으로 도요타코리아에 입사한 윤은진(27)씨는 "면접 때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많이 받아 애를 먹었다"며 "세 차례 면접에서 성실성을 가장 중요하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혼다는 신입사원 선발 때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 직원들의 귀띔. 수입업체에는 해외 본사 근무 기회도 있다. BMW코리아도 매년 한두 명씩 본사나 다른 해외 지사에서 일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영어와 자동차 지식은 기본=일본.독일계 업체라도 영어는 기본이다. 일본 업체도 일본어보다 영어에 능통한 사람을 더 원한다. 물론 업무상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하려면 아무래도 일어 능력이 있으면 유리하다. 본사와의 업무는 대부분 e-메일로 하기 때문에 말하기보다는 쓰기 능력이 더 요구된다. 담당 매니저가 외국인인 경우에는 당연히 말하기 능력도 있어야 한다. 자동차 지식도 중요하다. 면접관들은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열정을 꼼꼼히 체크한다. 평소 자동차 관련 기사를 읽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푸조 수입처인 한불모터스 오경희 마케팅팀장(경력 9년)은 "100년이 넘는 푸조의 역사나 제품 특징을 잘 알고 있을 경우 면접에서 가산점이 붙는다"고 조언했다.

◆승진은 비교적 고속=수입차 시장은 매년 20~40%씩 커지고 있어 승진 적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독일.미국계 업체에 다니는 직원의 경우 직급이 비슷한 경력의 국내 자동차업체보다는 한 두 단계 높다. 그만큼 빨리 승진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직급이 빨리 올라간다고 해서 급여가 그만큼 따라 올라가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임원급 타이틀이라 하더라도 해외 본사 기준으로는 과장급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다코리아의 경우 일본 본사의 인사 제도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승진 기간이 통상 배 이상 길다. 대리 승진에 5년, 과장 승진에 10년이 걸리고 입사 20년이 넘어야 부장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이 회사 고참 직원들은 "외부에 명함을 내놓기가 쑥스러울 때도 있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화려함 속 고충도=도요타.BMW 등 대형업체는 차장급 이상에는 보통 업무용 차량을 제공한다. 월급 이외에 비싼 수입차를 자가용으로 쓰는 기회는 분명 매력적이다. 그러나 고충도 많다. 우선 야근과 철야가 잦다. 신차 발표나 고객 행사가 있을 때는 한 달 전부터 야근에 들어갈 정도다. 이 때문에 체력이 상당히 중요하다. 4년 전 경력직으로 입사한 BMW코리아 박혜영(30) 대리는 "각자 맡은 업무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일이 밀리면 집에 갈 엄두를 못 낸다"며 "행사가 있을 때는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를 해야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아우디 서동미내(28) 대리는 "대학 후배들로부터 화려한 직업이라고 부러움을 받기도 하지만, 조직이 작아 직접 세차도 하고 박스도 옮겨야 하는 등 몸으로 때워야 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외국인 지사장이 부임할 때마다 새로 적응해야 하는 점도 스트레스다. 한 수입차업체 직원은 "지사장이 바뀌면 회사를 옮기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변화를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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