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민속음악 자료관 개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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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악기진열실·귀중도서실·자료관등 6개실 1백20평 규모의 국내최초 민속음악자료관이 청주대내에 문을 열었다.
이 민속음악자료관은 원로국악학자 운초 장사훈씨(75·청주대 객원교수)가 평생동안 수집한 각종 민족 고악기와 희귀악보 및 음악관계서적등 귀중한 자료들을 청주대에 기증함에 따라 이 대학측이 「운초 장사훈기념관」이란 이름으로 마련했다.
악기진열실에는 운초가 기증한 34점의 국악기에다 뜻있는 악기상들도 일부 국악기를 내놓아 모두 55점의 국악기 일습이 갖춰졌는데 이 가운데는 세종 9년(1427년)에 만들어진 황종경(편경)도 포함돼있다. 세종 이전까지는 편경을 포함한 중요 국악기들을 중국에서 들여왔으나 국악사에서 3대 악성으로 꼽히는 박연의 감독하에 이때 처음으로 국내에서 직접 편경을 만든 것으로 국악의 기본음을 연구하는데도 매우 중요한 자료다. 그밖에 대원군의 사랑방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진 가야금, 조선시대의 징과 호적등 귀중한 국악기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또 귀중도서실에는 숙종무렵의 거문고악보 『신작금보』, 헌종 무렵의 거문고악보 『우헌금서』, 정악유지회가 1912년에 퍼낸 『조선정악원일람』, 구한말 군악대장 백우용이 서양식으로 채보한 한국민요집등 10여점의 귀중한 고악보 및 음악관계 희귀본들이 보관돼 있다.
서고에는 국악관련 귀중도서 6천여권이 비치돼 있고, 자료관에는 운초의 저서 40여권과 발표논문 1백여편외에 그가 『왕조실록』 『고려사』등을 연구하기 위해 직접 해독한 자료 및 자필원고등이 정리돼 있다.
음악사를 주로 연구하면서 『국악대서전』 『국악문헌자료집성』등을 펴내는등 불모지나 다름없던 국악이론을 정립하는데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운초는 『지난 40년대부터 각고끝에 마련한 자료들을 선뜻 내놓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후학들이 민족음악을 연구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을 주려면 개인이 소장하는 것보다 대학내 자료관에 보관해 학생과 일반 국악관계자들이 두루 이용토록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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