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 일본인/과로사 사회문제로(지구촌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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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국 접수분만 89년 7백77건/유족 중심 대책단체 속속 생겨
요즘 일본에서는 「가로시」(과로사)란 용어가 일반화 되면서 이에 대한 법적문제 해결과 근본적 대책마련을 위한 과로사 대책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과로사에 대한 개념이 일본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일로 그 범위의 모호성 때문에 당국과 피해자 가족들간에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직장인들의 격무로 인한 갑작스런 죽음을 의미하는 과로사에 본격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설립된 일본 최초의 단체는 89년 아이치(애지)현에서 발족한 「과로사를 막기위한 가족협회」.
이후 이와 유사한 단체들이 동경·오사카(대판)·교토(경도)·센다이(선대)·가나자와(금택) 등 일본 전국에서 계속 생겨나고 있다.
이들 단체의 회원들은 주로 과로사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이나 사망근로자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본 전국에 약 2백명의 실무진들이 연락망을 형성,과로사 문제에 대해 공동대처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노동성 당국은 매년 몇명의 근로자가 과로로 사망하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을뿐 아니라 과로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성 대변인은 작업과 그에 따른 사망을 연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87년 일본 노동성에 접수된 과로사 건수는 4백99건이었는데 반해 21건만이 「과다한 업무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되었다. 그리고 88년에는 접수된 6백76건중 29건,89년에는 7백77건중 29건만이 과로사로 인정되어 피해자들과 당국간의 과로사에 대한 견해차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노동관계 전문가들은 실제 노동성에 접수된 과로사 건수 외에 미공개된 과로사는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과로사 문제는 해석상의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원단체까지 생겨났다.
지난 88년 7월 법률가·의사들이 중심이 된 이 자선단체는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과로사에 대한 자문과 법적 소송까지 맡아주고 있으며 피해자 가족들이 고충을 즉시 호소할 수 있도록 「핫라인」까지 설치했다.
91년 2월까지 이 단체에 접수된 문의 건수는 2천92건으로 이중 78%가 과로사와 관련,소송중이다.
일본 노동성은 발병이 직업과 관련된 것인가의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로 병세가 나타나기 직전의 한주만을 면밀히 조사하고 있을뿐이다.
예를들어 평소 연장근무를 정기적으로 않던 사람이 사망 직전 한주동안에 연장근무나 철야를 했을 경우에는 작업과 관련된 사망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기적인 연장근무를 하는 사람,연장근무 기록이 없는 사람,작업을 집으로 가져가 계속하는 사람 등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70년 일본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천39시간이었으며 89년엔 1천8백98시간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시간외 근무 개념을 포함시킨다면 상황은 다르다.
시간외 근무시간을 포함시킨 연장근무시간을 나라별로 비교해 보면 87년 통계로 프랑스가 1천6백45시간,독일이 1천6백42시간 등인데 반해 일본은 훨씬 긴 2천1백68시간이란 것이다.
한 민간 노동단체에서 조사한 바로는 실제 일본인들의 연간 평균 근무시간은 2천6백시간이며 이밖에 계산되지 않은 잔업과 자택에서의 연장근무 등을 합치면 훨씬 길어진다고 한다. 「과로사 핫라인」이 모리오카코지(삼강호이)변호사는 일본의 6천만 근로자중 1천만명 이상이 연간 3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고 말한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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