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을 문화 콘텐트로 바꾼 젊은 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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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선 한국이 예뻐"

구환희씨, 고궁 이미지를 멀티 미디어로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제2회 문화원형 창작콘텐츠 공모전(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주최)에서 대상을 수상한 구환희(30.사진)씨. 구씨가 한국의 고궁.음식의 이미지를 활용해 만든 '노스탤지어:향수'는 아름다운 짜임새와 독창적 기획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향수'는 디자인된 사진.그림 등을 클릭하면 영어로 정보를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콘텐트다.

구씨가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에 눈을 뜬 것은 미대에 낙방하고 캐나다의 미술대학으로 유학을 간 직후. 한복 입은 여인, 돌담 등 한국적 소재로 작품을 만들면 교수.학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구씨는 "외국에 나가니 오히려 한국이 예뻐보이더라"고 말했다. 판화.사진.조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경험의 폭도 넓힌 구씨는 귀국해 경희대 멀티미디어 창작과에 재입학했다. 다양한 콘텐트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5개의 카테고리로 구성했다. 왕실문화.자연.평민문화.문화재.미술품의 주제별로 비주얼을 디자인하고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국회도서관을 뒤지고 옛 서적 등을 찾아가며 공부했다.

이달 중 대학을 졸업하고 웹.그래픽 디자인 회사에 취직하는 구씨는 "미술학도들이 전통 문화에 관심을 폭넓게 가지고 실험적 활동을 많이 했으면 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궁상각치우를 캐릭터로

현찬우씨, 국악 오음을 애니메이션화

'아주 오래전 '월인천'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이 나라의 가장 귀한 보물은 '정간보'. 이 보물을 악용하려는 불의의 세력에 맞서 나라의 다섯 인재 '궁상각치우'가 나선다.'

대학 2년생 현찬우(20.대전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과.사진)씨가 국악의 오음계 '궁상각치우'를 의인화시켜 만든 애니메이션 시나리오의 줄거리다. 현씨의 시나리오는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이 주최한 제3회 전국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문화관광부장관상)을 받았다. 현씨는 이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5개월에 걸쳐 작품을 구상했다. "일주일에 이틀 밖에 집에 들어가질 못했을 정도"라며 환하게 웃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토정비결 읽는 애'로 통했을 정도로 각종 고서적을 찾아가며 연구에 매진했다. 각각의 캐릭터에 음양오행설을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옛날 자료로 공부한 덕분이다. 현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문학자에서 게임디렉터로 장래 희망을 바꿨다. 게임 캐릭터에 반했기 때문이다. 현씨는 공모전에 도전하기 전에도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오방색.전통악기가 현씨의 손을 거쳐 의인화됐다. 이번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직접 그렸다. 현씨는 "한국적인 소재를 의인화하는데 더욱 노력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적인 것이 앞으로 더욱 큰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보기 때문이다.

글=김호정,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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