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주택 대출 앞으론 못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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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회사원 박모(38)씨는 서울 광장동의 32평형 아파트를 7억원에 사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에서는 1억8000만원만 빌릴 수 있어 형에게서 2억5000만원을 빌린 뒤 3~4개월 뒤 갚기로 했다. 소유권 이전 등기 후 3개월까지는 연봉과 부채에 따라 대출금액이 결정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된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면 집값에 따라 담보대출 금액이 결정되는 담보인정비율(LTV)이 적용돼 박씨가 빌릴 수 있는 돈이 2억8000만원으로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둘지 않으면 박씨의 계획은 무산될 수밖에 없다. 다음달 2일부터 등기 후 3개월이 지난 아파트에도 DTI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DTI 규제가 모든 아파트의 담보대출에 적용돼 살고 있는 아파트로 대출을 받은 뒤 추가로 자기 집을 마련하거나 주택 투자에 나서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 거주 아파트를 담보로 한 긴급 가계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등의 대출도 제한을 받게 된다.

◆주택담보 등 가계 대출 위축 불가피=지금까지는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고 3개월이 지나면 DTI 대신 LTV만 적용하기 때문에 추가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를 담보로 한 긴급 가계자금이나 생활안정자금 등의 대출은 계속 이뤄졌다. 특히 일부 대부업체를 이용해 돈을 빌려 아파트를 구입한 뒤 3개월 후 은행에서 대출받아 빌린 돈을 갚는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DTI 비율 최대 60%에서 50%로 강화=앞으로는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의 아파트 담보 대출 시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하면 DTI 40%, 5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면 50%가 적용된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거치 기간 없는 장기 원리금 균등분할 상환 ▶국민주택 규모 이하(전용면적 25.7평 이하) 시가 3억원 이하인 아파트 ▶고정금리 대출 ▶신용등급이 좋은 고객 등에 대해선 각각의 항목에 가점을 매겨 DTI 적용 비율을 늘려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최대 60%를 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또 공공 기관이 공식적으로 발행하는 각종 소득 증빙 서류 외에 '자기신고 소득' 등 인정소득에 대해 DTI를 5%포인트가량 차감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식 소득 증빙 서류가 없는 자영업자 등에 적용되는 DTI 비율은 35%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안장원.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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