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전사자를 "허비했다" 표현 구설 오른 오바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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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배럭 오바마(일리노이) 상원의원이 이라크에서 전사한 3000여 명의 미군에 대해 "허비했다(waste)"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쏟아지는 비난 속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오바마는 11일 아이오와주 에임스에서 열린 첫 유세에서 이라크전을 비난하며 "우리는 4000억 달러를 퍼붓고 3000명이 넘는 용감한 미국 젊은이의 생명을 허비하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바마는 당내 유력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2002년 의회의 이라크전 승인에 참여했다고 공격하다 이런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런 표현에 대해 군인 가족 등의 비난이 쏟아지자 11일 곧바로 "말이 잘못 나온 것"이라며 사과한 데 이어 13일 뉴햄프셔주 내셔아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내 말은 잘못됐으며,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과 그 가족들이 보여 준 용기와 희생에 조금이라도 누를 끼쳤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말실수는 지난해 10월 30일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이 대학생들 앞에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으면 이라크에 가 고생해야 한다"고 말한 뒤 혼이 난 사건과 같은 맥락이다.

공화당은 케리가 이라크에 파병된 미군을 모욕했다고 비난했고, 민주당은 중간선거를 1주일 앞두고 터진 케리의 돌출 발언이 선거 국면에 영향을 줄까봐 노심초사했다. 하지만 케리는 "잘못한 측은 내가 아니고 이라크전을 주도한 부시 행정부"라고 사과를 늦추다 파문을 되레 키웠다.

오바마는 이러한 케리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거듭 사과하고 있는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풀이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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