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대역전' IT 제치고 7년 7개월 만에 시총 1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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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13사태''외국인이 주도한 업종 쿠테타'.

14일 몇몇 증권사는 다소 섬뜩한 단어로 시황 보고서 제목을 뽑았다. 전날 국내 증시 대장업종 '권좌'를 지켜온 정보기술(IT) 업종을 제치고 금융업종이 시가총액 1위 업종으로 등극한 의미와 파장을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표현들이다. 13일 거래소 시장에서 금융업종 시가총액은 145조6510억원을 기록, 전기전자업종(142조4960억원)을 넘어섰다. 금융업종 시가총액이 전기전자를 넘어선 것은 1999년 7월20일 이후 7년 7개월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두 업종간 자리 바꿈은 6자 회담 타결보다 우리 증시에 더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빅 뉴스"라고 말한다. 단순히 주도 업종 교체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증시의 체질이 바뀌고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질 신호탄이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로 글로벌 증시에서 보듯 금융업 등 서비스 업종의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나는 건 선진국 증시에서 발견되는 큰 흐름이기도 하다.

사실 전기전자 업종은 '코스피 지수 1000 시대' 개막 등 그간 주가 상승을 이끄는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과오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IT 업종은 우리 증시가 둘쭉날쭉 움직이는, 대표적 '널뛰기 증시'로 만든 주범 중 하나다. IT업종이 세계 경기 변화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다 경기 싸이클 자체가 매우 짧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그런 이유로 '금융주 쿠데타'와 관련해 긍정적인 촌평을 냈다. "보다 안정적인 금융주가 대장주로 등극함으로써 주가 지수의 급락같은 위험 요인을 줄이고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이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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