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불안 과성장탓/물가 왜 급등세로 치닫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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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기상요인외 구조적문제 상존/정부 눈치만… 하향안정화 미뤄
국제수지에 비상등이 켜진데 이어 물가도 8월중 최근 몇달간의 안정세에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8월중 물가가 월간상승률로는 지난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고 작년 8월의 전월비 상승률(0.3%)보다 훨씬 높았던데는 통계시점에서 오는 불운(?)도 어느정도 작용한 것은 사실이다.
5,15,25일의 세차례 조사중 5일은 8월초 극심했던 피서철 교통혼잡에 따른 수송애로로,24일(25일은 일요일)은 태풍 글래디스의 여파로 특히 농수산물값이 이례적으로 올랐던 때였다.
8월중 상승률 1.26%중 농축수산물 상승에 따른 것이 1.04%나 차지한 것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의 물가상승이 이같은 이례적 요인으로 성명될 수만은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있다는 점이다.
물가는 경제활동의 성적표 구실을 하는 것이다.
최근 물가와 국제수지 불안은 기본적으로 내수위주의 과도한 성장에 기인하는 것이다.
올상반기의 실질경제 성장률은 9.1%에 달해 우리경제의 적정성장률로 얘기되는 7∼8%선을 훨씬 웃돌고 있다.
과도한 성장은 물가와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게 마련이다.
7월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70억달러를 넘어섰고 8월까지 소비자물가는 8.3%라는 고율을 기록했다.
초과수요가 생기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고 국내 생산을 갑자기 늘릴수는 없으므로 가격오름세를 막기위해선 수입을 통해 공급을 늘리게 된다. 더욱이 시장이 터져있는 마당에선 수입을 잡을 방도도 없다.
올들어 물가를 가까스로 한자리수로 잡고 있는 것도 농축수산물의 수입을 거의 무제한 허용한데 크게 힘입었다.
농수축산물뿐 아니라 최근의 건축붐에 따른 국내 건자재 수급애로로 해외 건축자재가 밀려들어오며 제조업체는 국내 수요확대에 맞춰 시설재를 대량수입해 들여오고 있다.
이러니 국제수지가 온전할 턱이 없다. 물가건,국제수지건 문제의 핵심은 과성장에 있음이 분명한데도 정부는 그같은 사실을 인정키를 아직도 주저하고 있다.
물가안정을 위해선 총수요 관리를 통한 성장속도의 하향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장」이 갖는 묘한 정치·사회적 매력때문에 이를 과단성있게 추진하지 못하고 이리 찔끔 저리 찔끔 눈치만 보며 현상황까지 밀려왔다.
그러면서 물가관리를 위해선 행정지도와 관리품목에 대한 수입확대로 급한불 끄기에 급급했고 국제수지가 터지니 수출업체를 독려하고 외화대출제도 등 잔가지치기에나 골몰하고 있다.
물가안정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면,또 총수요관리라는 원론적 처방 외의 묘수가 없다면 이를 과단성있게 추진할 자세를 지금이라도 갖춰야 한다.
총수요관리의 요체는 금융·재정의 긴축에 있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총통화증가율을 더욱 낮추고 금리상승도 각오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기업의 반발과 정부 내부에서조차 대응방법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신체에 다이어트가 필요할 때가 있듯 경제에도 긴축이 필요할때가 있고 최근의 각종 지표는 우리경제가 헛살만 찌고 있다는 경고음을 들려주기 족하다.<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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