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코리아' 제대접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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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번이야말로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털어낼 수 있을까? 13일 북핵 문제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 주식이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을지 여부로 쏠리고 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일단 북핵 문제 타결을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환율.유가와 함께 불쑥불쑥 돌출해 우리 증시를 괴롭혀온 '단골 복병' 중 하나가 잠잠해 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 북한발 악재, 저평가 주범 = 1990년대 이래 15차례 가량 북한발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증시는 예외없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예상 밖으로 대부분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간에 그쳤다. 북한 위협이 한두달 이상 질질 끌며 장기 악재로 발목을 잡은 적은 서너건 정도다. ▶1994년 2월 '서울 불바다'발언▶2002년 1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지정▶2003년 1월 북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등이 대표적 악재다.

그렇다고 남북 화해 기류 등 '북한발 호재'가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태준 경우도 별로 없다. 실제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지수는 되레 큰 폭으로 미끌어졌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수석 연구원은 "북한발 변수는 단기 악재나 호재로 작용하기 보다는 국내 주식이 오랫동안 제 값을 못받게 하는 '감점 요인'이 돼왔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 증시는 매력적인 개별 종목이 적지 않지만 '도매금'으로 싼주식으로 취급당해 왔다. 국제금융조사기관인 톰슨IBES가 최근 내놓은 주요 증시 주가수익률(PER) 비교를 봐도 한국 주식에 대한 푸대접은 올들어서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한국 주식의 평균 PER은 10.24배에 그쳤다. 세계 52개 증시 중 뒤에서 5번째다. 한국의 PER를 밑도는 증시는 파키스탄.터키.태국.브라질 정도다.

◆ 성급한 기대감은 '글쎄' = 한국 증시는 최근 2~3년간 선진국 증시에 편입할 수 있는 유력 후보 중 한 곳으로 줄기차게 거론돼 왔다. 만만찮은 덩치(시가총액 기준 세계 16위)에다 탄탄한 실력(기업들의 수익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에 힘입어서다. 하지만 막판에 번번이 좌절됐다. 북한핵 위협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목을 잡은 이유 중 하나다.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6자 회담 타결로 지정학적 위험을 떨쳐낸다면 신용평가 상향 조정과 더불어 신흥 증시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지나친 기대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북핵 문제 해결이 시장에 안정을 주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주가를 직접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할 만큼 에너지가 강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만만치 않은 외국인 보유 비중(37.6%)으로 인해 국내 증시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다고 해도 외국인들이 확 달려들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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