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내달 1일 자유화/동자부/유류시장 경쟁체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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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휘발유·등유 판매가격이 9월1일부터 자유화된다.
또 정유회사에 내려졌던 유통시장 참여금지 명령이 해제되어 앞으로 누구든지 주유소등 유류 유통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7일 동력자원부는 석유산업의 시장개방에 대비,이제까지 정부 고시가격으로 묶어왔던 휘발유·등유값을 자유화하는등 경쟁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동력자원부는 그러나 시행초기의 가격급등이나 급락을 우려,당분간은 공장도가격·원유도입가격(현재 배럴당 17달러70센트) 등을 감안한 내부기준 가격을 매달 설정,한달 사이에 값이 기준가격보다 3%이상 오르거나 내리지 못하도록 가격을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또 등유는 계절적 상품임을 감안,겨울철에만 3%이상·하한가를 적용키로 했다.
이와 함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주유소 및 판매소에 매일매일의 판매가격을 써붙이도록 의무화했다.
◎유가자유화 어떻게 되나/「상하한 3%」묶여 큰 변동 없어/장기적으론 값 인하요인 될 듯(해설)
9월부터 유가 자유화가 실시되더라도 휘발유·등유 값은 현재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동력자원부로서는 10년이상 벼르고 추진해온 유가자유화지만 관계부처와의 협의과정에서 물가불안을 우려한 「각종 보완조치」들이 단서조항으로 붙어 명실상부한 자유화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예컨대 정유회사에서 대리점이나 주유소로 넘겨주는 보통 휘발유의 경우 공장도가격(세전 기준)은 자유화가 실시된다 해도 현행 ℓ당 1백79원73전에서 기껏해야 5원40전 오른 1백85원13전을 넘지 못하게 됐다.
또 주유소에서 소비자들에게 파는 이 제품의 판매가격도 가장 많이 올라야 4백91원31전(현행 4백77원보다 14원31전 오른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정부가 내부기준 가격을 정해놓고 한달사이에 오르거나 내릴 수 있는 폭은 3%이내로 제한한데 따른 것이다.
정유회사 또는 주유소간의 경쟁을 촉진,시장수급원리에 의해 가격을 낮춰보겠다는 것이 유가자유화 당초의 목적이었으나 혹시 담합에 의해 값이 급등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 「자유화가 안정될때까지」라는 단서를 붙여 이같은 제도를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3%상하한 폭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가격이 오르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가자유화가 실시되면 값이 내릴 것으로 소비자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데 기업 이미지를 먹칠해가며 가격인상을 선도할 「배짱있는 회사」도 없거니와 그렇다고 값을 낮춰 출혈경쟁에 나서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지 않는한 휘발유·등유 가격은 자유화 실시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가자유화가 휘발유·등유값의 인상요인보다는 인하요인으로 작용하리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정유 5사의 석유정제 능력은 하루 1백30만배럴 수준. 국내 하루 소비량이 1백∼1백10만배럴의 공급과잉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수급원리에 의해 값은 내려가게 돼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후발업체인 쌍용·경인에너지가 시장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공세로 나설 경우 가격인하를 수반한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쌍용도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와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경인에너지(정제능력 하루 8만배럴)는 신규로 10만배럴의 시설을 11월 완공목표로 적극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유공·호유등 선발업체도 최근 주유소 근무요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다양한 고객 서비스를 개발하는등 후발업체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자유화로 장기적으로는 업체간의 경쟁이 불가피해졌다면서 가격 상하한제나 주유소 거리제한의 완전철폐등 명실상부한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이같은 경쟁은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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