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산 멜런에 「나주·보성」 상표/수입 농수산물 “국산” 둔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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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맛 없고 유독말썽등 인기 폭락/가짜상표로 눈속임 성행
수입개방으로 마구 쏟아져 들어온 외국산 농수산물이 국내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자 이를 「국산」이라고 속여 비싼값에 파는 악덕상혼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수입농수산물이 외양에 비해 신선도·함량·맛 등 품질에서 대체로 국산에 못미치는데다 잔류농약 검출,유통기간 초과 등 유해가능성이 부각돼 「국산=고급,수입품=저급」 인식이 형성된 때문으로 근래 문제가 됐던 중국산 한약재 이외에도 과일·생선 등 많은 품목에서 나타나 유통질서와 국민건강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사기판매 실태=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등 주요 청과물시장에서는 요즘 국산 멜런은 잘 나오지 않는 철인데도 국산보다 30% 가량 값싼 미국·중남미산 멜런에 나주·보성산 등의 상표가 붙은 「가짜 국산」이 대량으로 팔리고 있다.
서울 강남일대 일부 건어물상에서는 국내 동해산에 비해 빛깔이 더 거무스레하고 다리에 달린 빨판이 없거나 작은 특징을 가진 아르헨티나·뉴질랜드산 수입오징어가 「동해산 오징어」로 둔갑,50%나 비싼값에 유통되고 있다. 상인들은 『국내에 유통되는 말린 오징어는 70%가 수입품이지만 소비자들이 값이 비싸도 국산을 찾기 때문에 포장을 다시해 국산으로 파는 경우가 보통』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수산시장에서도 외국산 조기에 물감을 칠해 4∼5배 비싼 국산 참조기로 둔갑,판매한 도매업자 6명이 최근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었다.
◇유해위험=미국·중남미에 수입되는 멜런·파인애플·바나나 등 대부분 과일들은 선적기간·세관통과기간 등 수입되기까지 보통 1개월이상 걸려 막상 국내 소비자에게 유통될때는 신선도가 크게 떨어져 있거나 방부제를 다량 사용한 상품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전국농산물중개인연합 회장 정옥기씨(55)는 『수입농산물은 방부제·농약이 많이 들어있고 맛도 크게 떨어진다』며 『키위의 경우 일본에서는 산지직송상품이 아니면 부패위험성 때문에 먹지않고 있으며 오래된 저장품은 전량 한국등에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담배인삼공사가 최근 남대문시장에서 수거한 가짜 국산인삼(중국산)을 검사한 결과 중국산에서는 맹독성 농약인 BHC성분의 허용치 0.2PPM보다 최고 1백배이상 높은 21.7PPM이 검출됐으며 국내 인삼보다 약효가 훨씬 떨어졌다.
◇문제점=보사부는 현재 51개 농산물에 사용되는 농약 33종을 규제기준 품목으로 지정하고 있으나 검사장비·인원부족 등으로 거의 잔류농약검사를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농수산물 수입은 앞으로도 늘어날 수 밖에 없는 만큼 유해·저질식품 유입을 막고 질병·해충 등의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농수축산검역체제의 획기적인 보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수입품을 「국산」으로 속여파는 사기상행위에 대한 엄중 단속·처벌과 함께 농수산물 유통체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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