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현장서 하루 12시간 근무|서울경찰청 순찰대 양현희 순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거리에 나가 교통단속이나 교통지도를 할 때 운전자들이 공무수행중인 경찰로 보지 않고 「여자」로 생각, 가볍게 대할 때가 가장 당혹스럽습니다.』
교통현장 최일선에서 원활한 교통소통을 돕고 지도·단속도 함께 펼치고있는 서울지방 경찰청 교통관리대 여경순찰대 소속 양현희 순경(24)은 『그러나 요즘 전반적으로 시민들의 질서의식이 많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했다.
전북 전주출생으로 86년 대학 1년 재학 중 경찰이라는 직업이 남성과 동등한 일을 할 수 있고 자신의 모험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아 경찰에 입문했다는 양순경.
오전7시 사무실이 있는 마장동 견인사무소로 출근, 제복으로 갈아입고 7시30분 순찰차에 올라 현장으로 출동한다.
그의 담당구역은 주로 4대문안. 아침 러시아워에는 주로 교통밀집지역인 서울역 앞·광화문·남대문에서 교통소통을 돕는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차량들을 시냇물 흐르듯 유연한 흐름으로 잡아주는 것』이 그의 임무다.
그러나 워낙 많은 차량들 때문에 여의치 않을 때가 많다. 서로 먼저 가려다 교차로에서 뒤엉키기도 하고 끼여들다 접촉사고를 내 운전자끼리 멱살잡이도 한다. 이럴 때 그는 거의 혼이 빠진다.
9시30분쯤 출근전쟁이 끝나면 제복은 땀에 흠뻑 젖고 벌써 몸은 파김치가 된다. 요즘은 차량매연이 전보다 더 심해져 코가 막히고 목도 아프지만 쉴 틈이 없다. 곧 다음 근무지로 향해 순찰차의 핸들을 잡아야한다.
양순경은 비록 하루 12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격무의 연속이지만 자신의 일에 긍지와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힘든 줄 모른다고 했다.
올 봄 서울역 개찰구 앞에서 여행을 다녀오던 임산부가 아들을 분만했을 때 급히 병원으로 후송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그는 『이제 경찰청 개청으로 교통관리도 과거의 단속위주에서 계도·봉사차원의 근무체계로 개선된 만큼 시민들의 협조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순경은 교통위반적발때 요즘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순순히 단속에 응하는 운전자들이 늘긴 했지만 아직도 다루기 힘든(?) 운전자들이 많아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냘픈 여성같지만 검도 1단·태권도 1급에다 고도의 호신술까지 갖춘 당차고 야무진 여경이다.
87년 이후 경찰국 경호계 근무시절에는 88올림픽·대통령선거를 맞아 VIP경호를 맡기도 했었다. 『앞으로 외근형사를 해보고 싶다』는 그는『경찰이 있든 없든 운전자들이 법규를 잘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재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