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가족이 더 달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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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미켈슨의 가족 사랑 사진. 미켈슨이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 그린에서 큰 딸 아만다(右), 막내 아들 이반(中), 둘째 딸 소피아(左)를 한꺼번에 안고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있다.[페블비치 AFP=연합뉴스]

'왼쪽 날개'도 이륙했다.

왼손잡이 골퍼의 대표 주자 필 미켈슨(미국)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골프장에서 벌어진 PGA 투어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에서 우승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친 미켈슨은 4라운드 합계 20언더파로 2위 케빈 서덜랜드(미국)를 5타 차로 제쳤다. 대회 최소타 타이 기록이자 2위와 가장 많은 타수 차 타이 기록이다.

미켈슨은 태평양의 바닷바람이 몰아치는 페블비치의 좁은 코스에서 이상적인 경기를 했다. 드라이브샷 거리(285야드.4위), 페어웨이 적중률(81.8%.4위), 그린 적중률(79.2%.1위), 그린 적중 시 퍼트 수(1.60.1위)에서 모두 5위 이내였다. 드라이브샷의 거리와 정확성, 아이언, 퍼팅 등 4개 부문에서 모두 정상급이라는 뜻이다.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이 정도의 기록을 낸 적은 있지만 남자 대회에서 이렇게 완벽한 경기를 하기는 어렵다. 타이거 우즈(미국)도 4개 부문에서 모두 상위권에 든 적은 거의 없다. 대회 출전 선수들은 '호랑이'가 페블비치에 나왔더라도 미켈슨에게 잡혔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미켈슨은 마지막 라운드 5번 홀(파 3)에서 더블보기를 했지만 버디를 9개나 잡으면서 완벽한 우승을 차지했다.

골프계에서는 "마음 약한 미켈슨이 지난해 US오픈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면서 역전패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 기억도 파도 속으로 날려버렸다.

미켈슨은 "겨우내 체력 훈련과 드라이브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땀을 흘렸다. 이 우승으로 지난해 US오픈에서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고 내 인생의 디딤돌로 삼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겨울 10㎏ 정도의 지방을 뺐고, 근육으로 5㎏ 정도 늘렸다. 허리띠 위로 철렁철렁하던 배가 눈에 띄게 들어갔다. 미켈슨은 "이렇게 공을 잘 때린 적은 없었다"며 예정을 바꿔 다음주 닛산 오픈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미켈슨은 2007년 시즌 첫 우승의 기쁨과 함께 PGA 투어 통산 30승째를 기록했다. 통산 승수 부문에서 비제이 싱(피지)과 함께 공동 16위가 됐다. 우승상금 99만 달러를 받아 통산 상금을 4053만 달러로 늘렸다. 우즈.싱에 이어 4000만 달러를 돌파한 세 번째 선수가 됐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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