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탈북자 1만 명 시대, 근원적 대책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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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을 떠나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2월 말 1만 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이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꼭 10년 전 탈북한 이래 고위급 인사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고, 가족 단위의 탈북도 급증하고 있다. 양적, 질적으로 한국이 정말 '예의주시해야 할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탈북 추세가 이어진다면 '탈북자 10만 명 시대'도 그리 멀지 않은 시기 안에 올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탈북사태도 벌어질지 모른다. 벌써 내년 베이징 올림픽을 주시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예측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은 심각한 경제.사회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용의주도한 대응책이 국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자괴감이 들 정도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탈북자의 30% 정도가 실업자이고, 취업자 중 대부분은 일용직이다. 상당수가 탈북 브로커들에게 속아 정착금을 날리기도 했다. 남쪽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대우도 큰 문제다. 정부가 탈북자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를 지으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포기한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러다 보니 다시 한국을 떠나 미국 등 제3국으로 가겠다는 탈북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 사회가 탈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가 왔다. 무엇보다 탈북자 스스로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적응해 보겠다는 자각을 가져야 한다. 정부도 직업교육 강화 등 탈북자들의 적응교육 과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정착금은 줄이되 취업 기간에 따라 장려금을 늘리는 방식 등 실질적인 대책을 계속 강구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정부와 시민단체의 공동노력도 시급히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