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타산지석 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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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금리자유화일정과 금융·자본시장 개방폭을 놓고 각계각층에서 활발한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시장에 관한 문제는 상품시장과는 질적으로 다르고 국내금융산업이 그 동안 워낙 낙후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논의는 활발할수록 좋다고 본다.
최근 동경에서 열린 아시아 대양주 중앙은행임원회의에 참석,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들어본 얘기는 개방과 자율화를 앞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80년대 들어 본격적인 금리자유화를 추진한 일본의 경우 역시 예상대로 은행수지가 악화되고 있다.
예금금리는 수시로 바꿀 수 있는데 (대부분 상향조정) 대출금리는 대출기간중은 조정하기 힘들어 기본적으로 예금마진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각 은행들은 업무특화를 거론하고 있으나 이것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다는 자체반성도 제기됐다.
일본은행의 특성상 남이 하면 모두 따라하는 성향이 강해 아직까지 도매와 소매금융의 업무분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 같은 지적은 우리 금융계에도 그대로 적용될 듯 싶다.
경영여건이 나빠짐에 따라 점포와 인원 감축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기업풍토상 인원감축은 커다란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미국은행들은 합병직후 단번에 5천명 안팎씩 대량해고가 가능하지만 다이이치간교은행 (지난71년 다이이치와 간교은행이 합병) 의 경우 5천명을 감축하는데 20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그 같은 어려움을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합병을 하는 기본목적이 감량경영을 통한 수익성제고인데 「감량」 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함으로써 합병의 효과도 반감되고 있다는 게 일본금융계의 현실인 것이다.
시장개방이후 외국은행시장점유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일본은행들이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대 고객 서비스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를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극히 불투명하다.
자칫 일본의 사례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그대로 답습하되 장점은 취하지 못할 우려가 없지 않다는 얘기다.
금리자유화와 시장개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당국과 금융계는 예상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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