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인테리어 '백화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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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미아는 가구업계에서 작지만 강한 기업으로 통한다. 1982년 창업, 10년 만인 91년 흑자로 돌아선 후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외환위기 여파로 대형 가구업체가 줄줄이 무너졌던 98년에도 이익(25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가구업계에선 독보적이다. 99년 이후 줄곧 10%대를 유지해 왔다. 평균 5%의 이익을 내기도 힘든 가구업계에서 기이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까사미아의 독특한 판매전략이 한몫했다. 이 회사는 특판을 하지 않는다. 특판은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때 거실장.부엌가구 등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매출액 늘리기와 회사 규모를 키우는 데는 효자지만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기도 한다. 까사미아는 이렇게 '규모'를 포기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브랜드로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판매해 지난해 6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 창업자 이현구 사장은 1982년 일본에서 유행하던 인테리어숍을 보고 '까사미아'를 생각했다. 이 사장은 "당시엔 아파트 건설 붐으로 특판 가구가 잘 되던 시절이었지만 디자인 가구로 방향을 잡았다"며 "우리나라도 10년 뒤면 디자인 중심의 토털 인테리어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까사미아는 90년대 본격적으로 '토털 인테리어'개념을 내세웠다. 매장에서 단순히 장롱이나 소파를 파는 게 아니라 공간을 어떻게 배치하고, 집안 인테리어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제시했다. '가구 판매업'에서 '인테리어 전문점'으로 바뀌면서 소비자들 사이에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광고나 세일 대신 입소문과 고객관리를 마케팅 전략으로 삼았다. 제품 구매자를 고객 카드로 작성해 우편물을 발송하며 고객을 관리했다. 현재 이들 고정고객은 36만명에 이른다. "이들은 최소 1년에 한 번은 까사미아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라고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주로 직영점 고객인 이들은 외환위기 때 큰 힘을 발휘했다. 이현구 사장은 "98년에도 전년 대비 매출은 5%밖에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까사미아의 가장 큰 자산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인 셈이다.

까사미아는 내실 다지기에 계속 투자 중이다. 제품 차별화를 위해 98년에는 디자인 연구소를 세웠다. 지금은 연구소 인력이 전체 임직원(260명)의 13%인 33명이다. 이화여대에서 장식미술을 전공한, 공동 창업자인 부인 최순희씨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최 소장은 수시로 해외 가구 전시회와 매장에 나가 트렌드를 읽는다.

물류 시스템과 정보관리시스템에도 집중 투자했다. 생산의 대부분은 아웃소싱했다. 이 사장은 "재고관리가 안 되면 경영에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아웃소싱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까사미아는 매장(POS)은 물론 개발.생산(SCM).물류(WMS)를 통합 관리하는 정보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재고관리와 배송 상태 추적은 물론 어떤 상품의 수익성이 좋은지,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제품이 많이 팔리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해 신제품 출시 3주 후, 매장에서 팔리는 속도와 소비자 반응을 봐서 제품을 계속 판매할지 중지할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보통 3~6개월 걸리는 의사결정을 한 달 내로 줄인 것이다. 이 사장은 "빠른 의사결정을 못하면 수익은 물론 브랜드 가치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까사미아는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장은 "올해는 사무용 가구 시장 진출과 대리점 리뉴얼, 중국 유통시장 진출을 통해 매출을 900억원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중에 디자인 중심의 사무용 가구를 출시할 계획이다. 예상 고객은 회사의 임원이나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기업으로 잡고 있다. 지난달까지 직영점 2곳과 대리점 4곳을 개설했다. 올해 안에 직영점 4곳과 대리점 40곳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직영점 위주로 운영됐던 정보관리시스템을 대리점까지 확대하는 등 50여개의 대리점을 리뉴얼하고 있다.

올 상반기 중에는 중국 상하이에 '까사미아 키즈' 1호점을 내고, 중국시장에 진출한다. 이 사장은 "유통망을 확충하고 신규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까사미아는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글= 이석호, 사진 =안윤수 이코노미스트 기자

<상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자매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까사미아 개요

-설립연도: 1982년 12월

-임직원: 360명(2007년 2월 현재)

-매장 수: 직영점 19개점/백화점 4개점/대리점 50개점(2007년 2월 기준)

-주요 제품: 주거용 가구, 침구, 소품, 사무용 가구

-주요 브랜드: 까사미아(casamia) , 까사미아 키즈(casamia kids), 살림(sallim), 시아(sia), 우피아(uffia)

-2006년 실적: 매출 670억원, 영업이익 68억원

-올해 예상매출: 920억원

자료 : 까사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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